그리스가 지난해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860억유로(약 106조원)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면서 공기업과 부동산 등 국유자산을 매각해 기금 500억유로(약 62조원)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정부 안팎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민영화 대상 공기업은 그리스 최대 항구인 아테네 피레아스항을 비롯해 테살로니키항, 그리스 철도공사, 석유공사, 전력공사, 가스유통공사 등이다. 정부 소유 부동산 매각도 된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제3차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공기업 민영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처음 민영화를 약속한 20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지금까지 실현된 민영화는 49억6000만유로(약 5조원)에 불과하다. 공기업 노조가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저항한 데다 정부 내 좌파 성향 장관들까지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흐리스토스 스피르치스 그리스 인프라수송네트워크부 장관은 “민영화가 실패하길 바란다”며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민영화 반대파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투자자를 불안케 해 국유자산 매각 입찰에 뛰어들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그리스 정부라고 WSJ는 설명했다. 지난여름 그리스철도공사 매각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이탈리아 국영철도 한 곳이었다. 입찰가도 4500만유로(약 557억원)에 불과했지만 그리스 정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