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시대 변화를 통찰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래 먹거리 정책을 내세워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아직은 구호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향과 전략은 없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월3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4차 산업은 지식 서비스산업”이라며 “이제 일자리는 거기서 창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주관하는 ‘격차 해소와 국민통합의 경제교실’은 소득분배, 세제·교육 개혁, 지역 균형발전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주요 아젠다로 삼고 있다.

양극화 해소와 4차 산업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공(共)·생(生)연구소’를 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과학기술 융·복합 발전 등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우리를 먹고살게 한 조선업, 철강, 석유화학은 다 위기”라며 “무인차, 전기차,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판교제로시티를 자율주행자동차, AI, 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그는 “대선의 화두는 인구 감소 시대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될 것”이라며 “‘스마트 국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에 길이 있다”고 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도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은 AI 분야”라며 국회 국가미래전략포럼을 주도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강원 홍천에 있는 서울대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를 방문, “바이오산업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나가는 연구소가 될 뿐만 아니라 이 일대가 4차 산업혁명의 네트워크가 이뤄지는 단지로 크게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월29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에 있는 한국기원을 찾아 ‘알파고와 제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여름 휴가 때 클라우스 슈밥의 4차 산업혁명이란 책을 읽었다. 그는 “기술 발전은 밝고 어두운 면 둘 다 공존한다. 4차 산업혁명 중 중요한 게 AI 발전”이라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충남경제비전2030’을 통해 4차 산업과 관련한 신융합산업, 연구개발(R&D) 육성에 나서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일자리 창출’을 국가적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달 미국과 이달 초 독일을 잇달아 방문해 4차 산업과 관련한 연구소에서 과학자들을 만났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이게 남의 일도,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은 제시하지 않은 채 4차 산업 발전만 외치는 것은 공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갑작스럽게 4차 산업혁명 얘기가 나오는데, 여건이 마련돼 있나”라며 “제조업 경쟁력을 어떻게 회복할지 생각해야 하는데 ‘4차 산업으로 가자’고 해서는 경제가 안정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조업과 기초산업 경쟁력이 바탕이 돼야 4차 산업 발전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