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싶다"…90세 JP의 '황혼정치'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싶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2000년 자신이 총재로 있던 자민련이 총선에서 패한 뒤 이인제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부터 “지는 해”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응수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서도 비슷한 말을 하며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만 90세.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그의 서울 청구동 자택에 대선 주자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JP를 예방(사진), 안부를 전하고 현 정치 상황과 북핵 문제 등을 놓고 환담을 나눴다. JP는 추석 연휴 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냉면 회동’을 하기로 했다. 당초 지난 9일 예정된 것이 JP 측 사정으로 연기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함께한다.

이번 만남은 JP가 지난달 19일 자신의 집을 찾은 박 위원장에게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JP는 박 위원장에게 “냉면 잘하는 집이 있는데, 안 전 대표를 데리고 와서 같이 식사하자”고 했다. JP는 앞서 안 전 대표와도 면담했다. 정치권에선 내년 대선 구도와 관련,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이외의 제3지대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충청권 맹주’로 불려 온 JP가 안 전 대표에게 어떤 말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당 내에선 외연 확장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5월 JP 자택을 방문했다. JP는 회동 직후 반 총장과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물음에 “비밀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대선과 관련해 깊숙한 얘기를 나눴음을 짐작하게 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17일 JP 자택에 들러 취임 인사를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윤상현 의원도 JP 자택을 찾았다.

충남 출신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충청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훈수’와 지원을 바라는 것 아니겠느냐. 아직 JP의 ‘정치 태양’은 지지 않았다”고 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