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비트코인을 낳은 블록체인…'거래 방식의 혁명' 불러오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대한 논의를 넘어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파급력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은 모든 비트코인 거래 내역이 기록된 공개 장부다. 일정 크기의 거래 정보(데이터)가 모여 블록이 형성되고, 이 블록들이 시간 흐름상 순차적으로 체인으로 연결된 구조다.

블록체인 형성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거래 내역 검증과 승인이 요구되고, 각 블록들은 이전 블록의 존재를 정교하게 참조하고 있어 블록 순서를 바꾼다거나 블록 내 정보를 조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거래 관계에서 서로를 신뢰하지 못해 발생하는 비효율을 제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블록체인은 인공지능, 유전자가위, 로보틱스 등과 함께 미래 세상을 바꿀 핵심 기술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기술 혁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인터넷에 버금가는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넷스케이프의 공동 설립자이자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마크 안드레센은 “1975년이 PC, 1993년이 인터넷의 해였다면 2014년은 비트코인의 해”라고 할 정도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주창하고 있다.

또 미래 기술과 사회 변화에 관한 다수의 베스트셀러 저자이며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돈 탭스콧은 블록체인이 세계 경제의 변혁을 주도할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전문가 및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설문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10%가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 비율이 50%를 넘는다고 한다.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의 본질은 ‘거래 승인 권한과 정보의 민주화(democratization)’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강력한 제3의 공인기관이나 중개자 개입 없이 투명하고 안전한 직접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안전하기 때문에 거의 실시간 승인이 가능해지고, 정보는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에게 공개·보관·관리되므로 특정 거래 정보를 조작하려면 모든 참여자의 컴퓨터를 해킹해서 블록체인 전체를 조작해야 하는 비현실적 작업이 필요하다. 이렇듯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시스템은 신속성, 안전성, 투명성, 비용 절감 등 사용자 편의를 제고시키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블록체인은 금융산업 분야에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국제 송금의 경우 평균 수수료를 10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하면서 실시간에 가까운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기록 시스템이 정부의 행정 서비스 영역에 도입될 경우 출생·사망·결혼 신고 및 토지·기업 등기 등의 작업을 더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블록체인에 ‘스마트 계약’ 기능을 접목시키면 사전에 합의된 조건이 충족될 경우 자동으로 후속 절차를 오류 없이 실행하도록 설정할 수 있어 계약 이행 단계마다 불필요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아직은 기술 도입 초기로서 해결이 필요한 과제들이 산재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네트워크 처리 용량이나 거래의 유효성 검증에 소요되는 비용의 합리성, 산적한 문제를 논의하고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 강력한 거버넌스의 부재, 블록체인을 감싸고 있는 인프라의 안전성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강력한 권위와 신뢰를 가진 중개자(때로는 이 중개자가 부정부패와 사기의 주범이기도 하다) 없이도 서로를 100% 신뢰하면서 네트워크에서 가치를 교환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컴퓨터 코드로 구현된다는 설명이 일반인에게는 익숙지 않고 불편한 개념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는 블록체인 전문가 집단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현장의 니즈를 공유함으로써 기술의 효용성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한수연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julie@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