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홀트장애인 합창단 후원하는 '소나무 할아버지'
“소나무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84·사진 왼쪽 두 번째)이 대기실에 들어서자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단원 이혜정 씨가 까르르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 이 명예회장은 “올해 무대의상이 아주 멋지다”며 밝게 답했다.

지난 1일 저녁 영혼의 소리로 정기공연이 열린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대기실. 공연 시작 30분 전 도착한 이 명예회장은 합창 단원 30명을 일일이 격려했다. 단원들은 그를 보자 이내 긴장이 풀어진 듯 신나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이 명예회장이 합창단과 인연을 맺은 건 2003년 5월 대한간호협회 80주년 기념식에서다. 초청 공연 무대에 오른 그들의 노래가 이 명예회장의 마음을 흔들었다. 세련되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합창이지만, 그 어느 노랫소리보다 힘이 있고 맑았다. 합창단 후원회장까지 맡은 이 명예회장은 정기 공연은 물론 수시로 합창단을 찾는다. 단원들은 이런 그를 ‘소나무 할아버지’라 부른다. 이 명예회장의 호 ‘송파(松坡: 언덕 위의 소나무)’를 딴 애칭이다. 손종범 합창단 지휘자는 “14년 동안 한결같이 합창단을 물심양면 지원해주는 고마운 분”이라고 했다.

1999년 창단된 영혼의 소리로는 지적 장애, 다운증후군, 자폐 등 두 가지 이상 장애를 지닌 중증 장애인 합창단이다. 경기 고양 홀트일산복지타운과 고양시 거주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매년 3월 오디션을 열어 단원을 선발한다. 단원은 초등학생부터 40대 성인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이들이 노래 한 곡을 외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 남짓. 이날 합창단은 오빠생각, 고향의 봄, 붉은 노을 등 13곡을 완창했다. 1시간40분 동안 열린 공연 내내 이 명예회장은 눈을 떼지 못했다. 그는 공연이 끝난 뒤 누구보다 힘차게 박수를 쳤다. 이 명예회장은 “내가 힘이 닿는 한 합창단을 계속 응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