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왕좌의 게임' 프로듀서 마이클 엘렌버그
유료방송 시청자가 회당 평균 690만명에 달한다. 세계 191개국에서 동시 방영됐다. 유엔 가입국(193개)과 비슷한 수준이다. 비공식 경로를 합치면 시청자는 더 많아진다. 포브스가 최근 ‘세계에서 불법 다운로드가 가장 많이 되는 드라마’로 꼽았다. 미국 HBO네트워크의 ‘왕좌의 게임’ 얘기다.

“흥행을 이끌어내는 ‘마법의 공식’ 같은 건 없습니다. 시청률 계산을 하는 대신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 독특한 이야기를 꾸몄어요. 구체적인 상황에 집중하고, 이전에 TV에서는 볼 수 없던 스펙터클한 영상을 만들어낸 게 통했죠.”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난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프로듀서 마이클 엘렌버그(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2016)’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엘렌버그는 올해 초까지 미국 HBO네트워크에서 드라마개발부문 수석부사장으로 일했다. 이전에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사인 스콧프리에서 영화 ‘프로메테우스’ ‘로빈후드’를 제작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 공동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디어레스프로덕션을 세워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저는 영화를 공부하지 않았어요. 로스쿨을 나왔지만 미디어업계에서 일하고 싶어 제작사가 많은 로스앤젤레스로 갔죠. 복사를 하고, 커피를 내리는 잡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밑바닥부터 일을 배워나가며 열정을 입증하니 저를 인정해주기 시작하더군요.”

그는 “여러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독창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엘렌버그는 “누구든 간단한 초안 단계에서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며 “관건은 아이디어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HBO네트워크의 중흥기를 이끈 주역으로 꼽힌다. ‘왕좌의 게임’ ‘보드워크 엠파이어’ ‘트루 블러드’ ‘트루 디텍티브’ 등 유명 드라마를 기획하고 제작을 총괄했다. 엘렌버그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며 저마다 생각거리를 뽑아낼 만큼 독특하고 도발적인 이야기를 중시했다”며 “여기에 문화권을 뛰어넘어 시청자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재미있게 봤다는 그는 “한국 영화가 지난 15년간 세계 평단의 주목을 받은 것도 독특함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에 대해선 “한국에서 통하는 소재에 우선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했다. “불특정 다수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면 아무도 공감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지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면 해외에서도 성공할 겁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