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주택청약 통장
기혼자들의 가장 큰 꿈은 무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내 집 마련’이 가장 흔한 꿈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는 자기 집이 있어도 전·월세살이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20~30년 전만 해도 세입자들에게 내 집 마련은 평생의 소원이었다. 내 집은 주거안정을 넘어 가계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자산 축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본격 지어지기 시작한 1970년 초, 당시엔 선착순으로 분양했다. 그 결과 여의도 아파트 분양에는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인파가 몰리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고 투기 바람도 일었다. 정부가 1977년 8월 처음 주택청약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투기를 막고 아파트 건설 재원을 확충하는 한편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길을 열어준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해프닝과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1977년 말 반포주공아파트 청약 우선순위에는 불임 시술자가 포함됐다. 당시 산아제한 정책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자 1976년 말 8만여명이던 영구불임 시술자가 1977년 말에는 14만명으로 늘어났다. 자신도 수술을 해야 하느냐는 70대 노인들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1978년에는 청약 ‘0순위’ 제도가 도입됐다. 민영아파트 청약예금 가입자 중 6회 이상 떨어진 이들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0순위가 로또처럼 되면서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어 전매되자 1983년 0순위는 폐지됐다.

1980년대에는 재당첨금지기간 연장, 청약통장 전매 금지 등 청약제도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잇따랐다. 2007년에는 추첨제 대신 청약가점제가 도입됐다.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기준으로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분양 우선권을 주는 제도다. 현재 85㎡ 이하 민영주택에만 적용되는 이 제도는 내년에 폐지된다. 청약저축(공공주택), 청약예금(85㎡ 초과 민영주택), 청약부금(85㎡ 이하 민영주택)으로 나뉘었던 주택청약 통장은 2009년 주택청약종합저축이 도입되면서 4원화됐고 지난해 기존 3개 통장의 신규 가입이 중단돼 지금은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됐다.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 수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난해 말(900만7472명) 이후 7개월 새 11%가량 늘어난 것이다. 최근 부동산 호황과 1순위 자격 완화(수도권은 가입 후 1년, 지방은 6개월) 영향이 크다고 한다. 부동산 경기와 정부 시책에 따라 로또도, 애물단지도 될 수 있는 게 주택청약 통장이다. 이번에는 어느 쪽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