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인프라를 키우자] 상장유지 조건 '연매출 30억' 맞추느라 신약개발사가 건강음료 사업 '고육지책'
신약을 개발 중인 바이오 상장 기업들이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 사업 확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사업 다각화로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전략에서다.

하지만 속사정은 간단치 않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이 30억원을 넘지 못하면 자칫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의료기기업체 칸메드와 합병했다. 칸메드와 합병한 이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매출은 급증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작년보다 약 46배 급증한 46억1500만원을 기록했다. 이 중 의료기기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매출이 약 42억원이었다.

회사 측은 R&D 투자금을 벌기 위해 신사업에 진출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코스닥시장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란 분석이 시장에서 나온다. 합병 이전인 지난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매출은 17억8800만원으로, 상장 유지 기준인 30억원에 한참 모자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기술을 인정받아 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더라도 난관이 작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히는 것이 매출 조건이다. 코스닥에서는 연 매출 30억원을 넘기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으로 두 번 지정되면 코스닥에서 퇴출될 수 있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도 코스닥 상장 5년이 지나면 이 조건을 적용받는다.

바이오 벤처기업 제넥신은 이 규제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면서 피해를 봤다. 제넥신은 빈혈치료제,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유전자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으로, 2012년 한독약품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을 정도로 유망 기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매출이 30억원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2012년 3월21일부로 관리종목에 편입됐다. 그해 매출 30억원을 올리면서 1년 만에 관리종목에서 벗어났지만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제넥신 관계자는 “R&D에 집중하고 투자하기 위해 상장했으나 오히려 규제로 인해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바이오 기업들은 R&D가 10년 이상으로 길다. 주로 기술 이전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구조다. 기술 이전 계약을 맺으면 최초 계약금을 받게 되고, 개발 및 상업화에 따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얻는다. 신약 개발이 성공하면 판매 금액에 따라 로열티를 받는다. 이런 이유로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매출이 규칙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 상장 기업에 한해 매출 30억원 이상 유지조건을 적용하지 않거나, 적어도 3년 누적 매출 기준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당장의 매출이 아니라 미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바이오산업 특성을 고려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미현/김근희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