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가 육당 최남선(1890~1957)과 춘원 이광수(1892~1950)를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해 내년부터 시상하기로 했다. 국내 대표적인 문인단체가 일제시대 친일 행위를 한 전력이 있는 두 문인에 대한 문학상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문인협회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육당문학상’과 ‘춘원문학상’을 운영하는 규정 제정안을 가결했다. 운영 제정안은 “이 상의 목적은 한국 현대문학 개척자인 육당 최남선 시인과 춘원 이광수 소설가를 기리며 우리 협회 회원 중 한 해 동안의 우수한 작품 활동 업적을 포상하는 데 있다”고 명시했다.

문인협회는 내년부터 상별로 연간 두 명의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할 방침이다. 시상 장르는 구분하지 않고 폭넓게 다루기로 했다. 문인협회 이사장이 이사장단과 분과회장단에서 수상 후보작을 추천받은 뒤 육당문학상·춘원문학상 심사위원회에 회부한다. 심사위원장은 문인협회 이사장이 맡도록 해 주최 측의 시상 의도를 결과에 충분히 반영하도록 했다. 상금액은 확정하지 않았다.

육당과 춘원은 일제강점기에 민족 계몽운동을 한 대표적인 문인들이나 친일 경력으로 오점을 남겼다. 육당은 1938년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내고 태평양전쟁이 터지자 재일 조선인 유학생에게 학병 지원을 독려했다. 춘원은 1939년 친일단체인 조선문인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창씨개명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이들은 뛰어난 문학적 성과를 남겼다. 육당은 1908년 한국 최초의 자유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했다. 춘원은 1917년 한국 최초의 현대 장편소설로 꼽히는 《무정》을 내놨다.

그동안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일부 문학단체에서 육당과 춘원의 이름을 붙인 문학상을 제정한 적은 있지만 공공기관이나 대표성 있는 문학단체가 두 문인을 기념하는 상을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한 문인은 “문학은 시대와 함께 호흡해야 한다. 친일 행위자를 기리는 상을 주는 것은 잘못”이라며 “문인들에게 그런 일을 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인협회도 친일 경력에 대한 논란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지만 한국 근·현대문학을 선도한 두 문인의 문학적 업적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효치 문인협회 이사장은 “친일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문학적 성과까지 모두 사장시킬 수는 없다”며 “이 둘은 별개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