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 노리는 자외선…흐린 날도 선글라스 꼭 쓰세요
높은 기온과 습도, 자외선 때문에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계절이다. 태양이 방출하는 빛 에너지 중 하나인 자외선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피부와 눈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해로운 자외선이 지구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주지만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오존층이 파괴돼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량이 점차 늘고 있다. 스스로 자외선 노출을 막고 건강을 챙겨야 한다.

자외선 차단 안 되는 선글라스 피해야

당신의 '눈' 노리는 자외선…흐린 날도 선글라스 꼭 쓰세요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자외선A(UVA), 자외선B(UVB), 자외선C(UVC)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UVA와 UVB는 각막을 거쳐 수정체를 통과해 망막까지 도달하는 위험한 광선이다. 물이나 모래 같은 반사체가 있는 휴가지에서는 자외선량이 늘어 더 위험하다.

갑자기 많은 양의 자외선이 눈에 들어오면 통증, 눈부심, 눈물 흘림, 결막부종 등의 광각막염과 광결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증상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좋아지지만 각막은 한번 손상되면 재발 위험이 높다. 예방이 중요하다.

장시간 혹은 만성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되면 혈관 섬유 조직이 각막을 덮고 자라나 눈동자에 하얗게 덮이는 익상편, 백내장, 황반변성, 망막염 등이 생길 수 있다.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항상 착용해야 한다.

평소 항정신병약, 부정맥 치료제, 건선 치료제, 퀴노론 제제, 항생제 등을 복용하고 있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들 약물을 먹으면 빛에 민감해져 질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뒤 인공수정체를 넣은 사람도 선글라스 착용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흐린 날 자외선량, 맑은 날과 비슷

흐린 날에도 선글라스를 써야 한다. 기상청이 포항과 목포 지역 자외선 평균량을 조사한 결과 맑은 날(0.427㎚)과 구름이 조금인 날(0.423㎚)의 자외선 수치가 비슷했다. 구름이 많은 날(0.372㎚)에는 흐린 날(0.225㎚)과 비 오는 날(0.117㎚)보다 자외선 평균량이 많았다. 문남주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는 “안과 질환은 직사광선과 관계없이 자외선에 얼마만큼 노출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며 “비 온 뒤에도 젖어있는 지표면에서 반사돼 산란하는 자외선이 있기 때문에 구름이 끼거나 날이 다소 흐린 날에도 선글라스를 쓰는 게 눈 건강에 좋다”고 했다.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율 99% 이상, 렌즈 착색농도 70~80%인 것이 적당하다. 렌즈 크기가 커 렌즈 옆 공간에서 들어오는 자외선이 차단되는 형태면 더 좋다.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선글라스를 쓰면 주위가 어두워져 동공이 확대되는데 자외선 차단 기능 없이 렌즈 색만 진한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확대된 동공을 통해 더 많은 자외선이 투과돼 눈 건강을 해친다”며 “선글라스를 썼을 때 눈동자가 희미하게 보이거나 신호등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가 적당하고 농도 80%, 가시광선 15~30% 정도만 투과시키는 선글라스가 좋다”고 설명했다.

햇볕 노출되면 화상 위험

자외선이 피부에 도달하면 직접 혈관 벽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피부 세포에 흡수돼 염증물질이 분비되도록 자극한다. 이 염증물질은 혈관벽의 투과성을 높여 염증 세포가 혈관에서 피부 조직으로 이동하게 한다. 자외선은 피부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홍반, 열감, 통증, 부종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화상 위험도 높다. 화상은 뜨거운 빛이나 기체, 액체, 고체에 피부가 닿아 피부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말한다. 증상이 가장 가벼운 것이 1도 화상이다. 곽영호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피부 가장 겉 부분인 표피만 손상된 것으로 심한 통증이 있고 피부가 빨갛게 변하고 열감이 있지만 물집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강한 햇빛에 피부가 노출됐을 때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이 전형적인 1도 화상 증상이다.

햇볕에 노출돼 피부가 붉게 변하고 통증이 생기면 차가운 물이나 얼음을 싼 수건으로 찜질해 열을 식히고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염증이 줄면서 통증이 지속되는 시간과 통증 정도를 줄일 수 있다. 1도 화상은 흉터를 남기지 않고 대부분 치유된다.

물집이 생기거나 터져 진물이 흐르면 2도 화상이다. 고온으로 표피와 아래쪽에 있는 진피가 파괴된 것이다. 대개 끓는 물이나 화염에 닿았을 때 생기지만 일광화상이 심하면 생기기도 한다. 화상 부위를 즉시 찬물로 식히고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종종 민간요법으로 된장이나 버터 등을 화상 부위에 바르는 사람이 있다. 추가 감염이 생길 수 있어 삼가야 한다.

햇볕에 노출돼 생기는 화상은 노출 4~6시간 뒤 발생하기 시작해 12~24시간이 될 때 최고 수준에 도달한다. 화상을 막기 위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챙이 넓은 모자, 양산 등으로 피부를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

자외선차단제 필수

햇볕에 노출되기 전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도 중요하다. 자외선을 오래 쬐면 피부에 검은 반점과 주름살이 생기고 피부암 위험이 높아진다. 자외선은 노화 유발인자다. 자외선을 쬐면 어릴 때부터 피부 손상이 시작되고 피부 노화 속도가 빨라진다.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일부 피부암은 그동안 받은 자외선 총량이나 얼마나 많은지와 관계있다”며 “평생 받는 자외선량의 3분의 1을 18세 이전에 받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자외선차단제를 잘 발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UVB는 UVA에 비해 화상을 일으키는 강도가 1000배 정도 강하다. DNA 손상도 크다. 지표면에 도달하는 양은 UVA가 UVB보다 100배가량 많다. UVA와 UVB를 효과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자외선차단제의 효과는 햇빛차단지수(SPF)로 나타낸다. 특히 UVB 차단효과를 숫자로 표시한다. SPF 50인 자외선 차단제는 2㎎/㎠의 양을 피부에 발랐을 때 홍반이 생기려면 그렇지 않은 피부보다 50배의 자외선을 쬐어야 한다는 의미다.

10분 동안 노출했을 때 홍반을 일으키는 자외선량을 100%라고 하면 SPF 15를 바르면 30분 노출 뒤 20%, SPF 30을 바르면 30분간 노출 뒤 10% 정도의 자외선량을 받는다. 단, 기준이 되는 2㎎/㎠는 차단제를 두껍게 발랐을 때를 의미한다. 일상생활에서 바르는 양은 0.5~0.8㎎/㎠ 정도다.

0.5㎎/㎠ 정도 바르면 SPF 15, 30 제품 모두 실제 SPF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때는 충분한 양을 발라야 한다. 햇볕에 노출되기 20분 전에 바르고 2~3시간마다 덧발라야 한다. 땀이 많이 나거나 수영, 해수욕 등을 할 때는 물에 잘 씻기지 않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문남주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 곽영호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