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윤리적 문제있는 입찰엔 참여안해"
“당장의 매출보다 준법 관리 시스템을 중요하게 다루는 기업이 오래 살아남는다.”

안드레아스 호프만 지멘스그룹 대표 변호사 겸 법무·윤리경영 최고책임자(사진)는 27일 기자와 만나 법무 및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5일부터 사흘간 열린 준법경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지멘스가 한국에서 준법경영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프만 최고책임자는 “회의에선 각국 법무 관련 책임자 60여명이 국가별 법무 관련 동향, 리스크 요인 등을 분석하고 논의했다”며 “본사 차원에서 준법 관련 사항을 체계적으로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멘스의 준법 관리 시스템은 세계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자신했다. 지멘스는 프로젝트 입찰이나 수주 단계에서 ‘반부패위험도’를 평가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는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준법 관리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이런 시스템은 지멘스가 2006년 부패 스캔들을 겪은 뒤 구축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멘스는 당시 4억2000만유로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탈리아, 그리스, 미국 등의 공무원과 고객사에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호프만 최고책임자는 “사건 직후 주가가 폭락했고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며 “그 일을 계기로 준법 관리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지금은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준법 관리 시스템을 매년 개선하며 생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멘스는 삼성 법무팀과도 상호 벤치마킹 교류에 나설 계획이다. 호프만 최고책임자는 지난 25일 김상균 삼성전자 법무팀장(사장)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삼성과 상호 벤치마킹을 통해 시너지를 낼 방안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멘스는 삼성전자 법무팀을 독일 뮌헨 본사로 초청해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가기로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