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마크 브리트넬 헬스케어 부문 대표, "원격의료기술 제자리걸음 중인 한국, 이대로 두면 중국·싱가포르에 뒤처질 것"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원격의료는 제자리걸음입니다. 이대로라면 싱가포르뿐 아니라 중국에도 뒤처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크 브리트넬 KPMG 글로벌 헬스케어부문 대표(사진)는 26일 서울 테헤란로 삼정KPMG 본사에서 “원격의료 확대는 의사에게도 기회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브리트넬 대표는 영국 보건부위원회 및 체계관리부 사무총장, 영국 버밍엄대학병원 최고경영자(CEO) 등을 지냈다. 현재는 세계 4대 종합회계자문 기업인 KPMG의 글로벌 헬스케어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세계 60개 이상 국가에서 공공 및 민간 의료기관과 함께 200여개 헬스케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병원에 자율성 줘야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호주, 중동,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대륙의 25개 국가별로 보건의료제도를 비교·분석한 책을 냈다. 한국에서는 《완벽한 보건의료제도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됐다. 책 출간을 기념해 방한한 브리트넬 대표는 “한국은 단기간에 국민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한 나라”라며 “바하마에서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벤치마킹할 정도”라고 말했다.

브리트넬 대표는 한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7.4%를 보건의료 비용으로 지출하는데도 평균 수명은 82세”라며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도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병원이 대학 및 민간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자율성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병원이 치료와 교육하는 역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커져야 한다”며 “연구 자율성을 높여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고령 환자가 늘어날수록 의료서비스 협력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원격의료에 관해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브리트넬 대표는 “한국은 원격의료 리더가 될 수 있는데도 이 산업을 방관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라며 “미국뿐 아니라 인도, 싱가포르, 중국 등이 원격의료 산업을 키우기 위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OECD 국가 중 인구 대비 의사 수가 두 번째로 적다”며 “원격의료는 의사들의 친구(doctors’ friend)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의원 경쟁력 키워야

한국이 병·의원급 1차 진료기관의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브리트넬 대표는 조언했다. 특히 최근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병원 수출과 관련해서 1차 진료기관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한국은 대형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병원을 수출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 러시아, 중동 등 한국이 수출을 추진하는 대부분 개발도상국은 3차 의료기관보다 병·의원급 1차 의료기관을 필요로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바이오산업 육성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바이오산업이 커지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도 높아질 수 있다”며 “거대 제약사와 직접 경쟁하기보다 시장에서 특화 영역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