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등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과 관련해 안보상황 점검을 위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등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과 관련해 안보상황 점검을 위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면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및 우병우 민정수석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심경을 강한 어조로 표현했다. 앞 부분 발언 원고 대부분을 박 대통령이 직접 썼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고 언급한 것은 우 수석을 둘러싼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설명이다. 야권의 대통령 사과와 전면 개각 요구 등을 일축한 것이다. 특히 “여러분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기 바란다”는 언급은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우 수석에 대한 깊은 신뢰를 표하며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우 수석이 잘못한 게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면서 “언론의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 부화뇌동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언론이 지적한 것 가운데 우 수석이 처가 땅 매매 과정에서 진경준에게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했는지가 핵심인데 여기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잘못한 게 없는데 정치공세에 밀려 사퇴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북한은 자위적 방어조치인 사드 배치 결정을 적반하장격으로 왜곡·비난하고, 반정부 투쟁을 선동하면서 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사드 배치를 정쟁화하고 재검토하자는 것까지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또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대해 우리가 분열하고 사회 혼란이 가중된다면 그것이 바로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며 “모든 문제에 불순세력이 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14일 NSC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해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촉구한 지 1주일 만에 다시 NSC를 소집한 것은 안보가 정쟁에 우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현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청와대 한 참모는 “대통령이 예정대로 다음주에 휴가를 가는 것은 정치공세와 정쟁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갈 길을 간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내수 진작 차원에서 지방으로 휴가를 떠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국내외 정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관저에서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지만, 의혹의 실체와는 무관하게 우 수석을 향한 전방위 공세와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여론이 악화되면 우 수석 자신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우 수석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어 향후 여론 추이가 주목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