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LG디스플레이 단지 전경
파주 LG디스플레이 단지 전경
“안전에 문제만 없다면 공장을 짓겠다는 기업에 무조건 인허가를 내주세요. 시장이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대한민국 도시 이야기-파주] "안전문제 없다면 무조건 허가"…기업따라 인구 3배 늘어난 파주
이재홍 파주시장(사진)이 2014년 7월 취임 후 첫 공식 회의에서 시 공무원들에게 주문한 내용이다. 그는 “기업이 편한 도시야말로 파주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에서 30년간 근무한 정통 관료 출신인 이 시장은 취임 직후 파주시의 비전을 ‘살기 좋은 도시, 기업이 편한 파주’로 정했다. 그는 “상당수 공무원이 인허가를 낼 때 ‘해줄 수 있는 이유’보다 ‘안 되는 이유’부터 찾는다”며 “이런 인식을 바꿔야 진정한 기업도시가 탄생할 수 있음을 30년 공직생활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더 많은 기업에 인허가를 내주기 위해 기존 ‘원스톱 실무종합심의회’를 확대했다. 건설 교통 환경 녹지 등 각 부서 팀장 18명이 매일 아침 8시에 모여 ‘원스톱 인허가’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 시장도 각 팀장과 함께 실무종합심의회에 정기적으로 참석해 기업 유치 방안을 논의했다.

LG디스플레이 추가 공장 설립 인허가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한 게 대표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주력 생산하는 P10공장 조기 신축을 위해 산업단지계획 변경을 신청했다. 통상 변경 인허가에 5개월가량 걸리지만 파주시는 지난해 실무종합심의회를 통해 2개월 만에 절차를 끝냈다. 파주시의 이런 ‘성의’에 LG그룹도 화답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8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대한민국 도시 이야기-파주] "안전문제 없다면 무조건 허가"…기업따라 인구 3배 늘어난 파주
파주시는 지난해 4월 경기 북부 지역에선 처음으로 폴리텍대학(옛 기능대학)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폴리텍대는 직업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고용노동부 산하의 특수대학이다. 파주 폴리텍대는 주한미군이 반환한 월롱면 캠프애드워즈 부지에 2019년 들어선다. 경기 북부 지역의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인큐베이터가 될 것으로 파주시는 기대하고 있다.
[대한민국 도시 이야기-파주] "안전문제 없다면 무조건 허가"…기업따라 인구 3배 늘어난 파주
군사도시 이미지에서 탈피해 기업도시로 발돋움한 파주시는 교통망 확충을 발판삼아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삼성~고양 킨텍스 노선을 파주 운정신도시까지 6.7㎞ 연장하고, 지하철 3호선도 대화역에서 운정신도시까지 7.6㎞ 늘리는 계획을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했다. GTX가 완공되면 파주에서 서울 강남까지 20분 만에 갈 수 있다.

이 시장을 비롯한 파주시 공무원들이 지난 2년간 정부와 국회를 280여차례 찾아가 설득한 끝에 얻어낸 성과다. 그동안 이동한 거리만 총 4만여㎞에 달한다. 서울~부산을 50번 왕복하는 거리다. 이 시장은 앞서 취임 직후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철도교통과’를 신설하는 등 GTX와 지하철 3호선 연장을 위해 공을 들였다.

잇단 기업 유치와 운정신도시 조성 등에 힘입어 지난 5월 기준 파주시 인구는 43만6076명에 달한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이후 연평균 1만명씩 늘고 있다. 이 시장은 “LG디스플레이 단지와 운정신도시가 들어선 파주는 GTX가 개통되면 인구 70만명의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며 “향후 통일 한국을 맞아 남북 교통과 물류의 요충도시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강경민/윤상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