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기업성장의 열쇠 '비전'
모든 기업인의 소망은 자신의 회사가 지금보다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늘 시장이 좁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필요성을 느낀다. 한번 성장 경험을 맛본 기업은 성취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끝없이 신사업과 새로운 시장, 신성장동력을 찾는다. 문제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창업 이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는 기업은 3.3%에 불과하다는 한 컨설팅 회사의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많은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성공을 위해서는 우선 지향점을 뚜렷하게 세워야 한다. 지향점은 바로 비전이다. 어떤 비전을 가지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결정된다. 성장전략에 있어 비전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신화인 휴맥스는 창업 당시부터 소니를 이기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1990년대 중반 소니의 위상은 엄청났다. 그럼에도 소니와 필적할 만한 기업이 필요하다는 휴맥스의 꿈은 헛되지 않았다. 휴맥스는 어떻게 하면 소니를 이길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소니처럼 소형 가전시장에서 승부를 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니가 일본 기업에 대한 세계인의 선입견을 깬 것처럼 글로벌 위상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더해졌다. 소니 자부심의 토대인 기술력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만들어야 겠다는 결론도 덧붙여졌다. 이런 고민과 시도 끝에 찾은 아이템이 디지털 셋톱박스였다. 휴맥스는 디지털 셋톱박스 시장의 최강자가 됐다. 물론 소니를 꺾었다.

기존에 하고 있던 사업을 벗어나 보다 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바닥 청소용 솔을 만들던 테난트는 이미 업계 선두기업이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바닥 청소용 솔 사업에 머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동시에 이 사업에서 성공한 만큼 다른 사업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만든 비전이 ‘환경청소솔루션 제공업체’였다. 직원들은 의아해 했지만, 곧 그들이 바닥이 아닌 보다 넓은 공간으로 시선을 넓힌다는 사실에 고무되기 시작했다. 방 하나에 바닥은 하나지만, 벽은 4개가 있다. 천장도 있다. 방 밖으로 나가면 끝없는 공간이 있다. 새로운 비전을 세운 이후 테난트는 과거보다 규모가 10배 이상 커졌다.

제지업에서 한 우물을 파던 A사는 현재 새로운 비전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는 제지업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지만, 종이 사용량이 줄면서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A사는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는 종이의 완제품이 아닌 종이의 소재화다. 펄프를 다룰 수 있는 기술력을 중심으로 소재산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beyond 종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

기업의 시각에서 볼 때 모든 시장은 끝없이 넓어졌다가 점점 좁아질 것이다. 기업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적인 변화도 있을 것이다. 세계화, 기술발전, 환경변화 등으로 시장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이럴 때 기업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영토를 확장할 필요를 느낀다.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전략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설정해야 한다.

윌리엄 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임원들이 해야 할 일은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회사 내외부에 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가 더 넓은 시장에서 활약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새로운 기회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기업을 성장시키는 열쇠는 비전이다.

조미나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