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대혼란으로 다시 경기 침체 위험에 직면했다. 문제는 각국 중앙은행이 꺼내 들 대응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에서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28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브렉시트에 당황한 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 발표에 희망을 걸고 있다”며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도구상자에는 쓸 수 있는 도구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은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에 이어 최근 마이너스 금리 같은 실험적인 정책까지 동원했지만 큰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영국 중앙은행(BOE)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캐나다 최대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는 BOE가 오는 8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0.1%로 내리고, 500억파운드 규모의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0.5%로 2009년 3월 이후 변함이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내 금리 인상도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부쩍 높아진 탓이다.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펀드매니저는 “브렉시트로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50%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은 영국이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사이에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초저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권 수익성 악화와 함께 중앙은행의 정책 실패는 브렉시트가 가져올 또 다른 위험으로 꼽힌다.

엘에리언은 현 상태를 모래성에 비유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갖가지 정책을 쏟아내며 조심스럽게 모래성을 쌓아왔지만 한줌의 모래(추가 부양책)를 더하다 오히려 모래성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