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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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24일 주가는 폭락했지만 금리는 떨어져 미국 국채 가격은 올랐습니다. 주식 외에 채권에 분산투자했다면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24일 서울 신문로2가 본점에서 만난 박병탁 한국씨티은행 개인금융영업본부 부행장은 책상에 놓인 ‘씨티 모델 포트폴리오’를 펴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씨티은행이 자산관리를 맡긴 고객에게 작성해주는 책 한 권 분량의 안내서다. 박 부행장은 “저금리 시대에 노려볼 만한 고수익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분산투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 채권 등 투자 형태도 다양하게 해야 하고 세계 지역별로 투자 대상 업종과 기간까지 모두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과 펀드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환차익으로 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고, 원자재 업종이 불황일 때는 반사이익을 얻는 소비재업종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부행장은 1979년 한미은행에 입행한 뒤 37년간 한국씨티은행 자금부장, WM사업본부 본부장 등을 거치며 국내 금융투자 시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는 일반인이 ‘묻지마 투자’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부행장은 “증권을 예로 든다면 우리 증시는 ‘투자자의 눈물로 점철된 역사’라고 할 수 있다”며 “1997년 외환위기를 비롯해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큰 고비마다 투자자 대부분은 그동안 번 수익을 시장에 다 토해내거나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 이상 수익을 추구하려면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부동산은 물론이고 주식이나 펀드 등 한 곳에 몰아 투자하는 것은 원금을 지키기 어려운 도박에 가깝다”고 했다.

박 부행장은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은 한발 빠르게 저성장 고령화시대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씨티은행의 반포지점과 같은 자산관리허브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씨티 그룹이 운영 중인 세계 각지의 리서치 조직을 활용해 분산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안전한 투자를 위해선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박 부행장은 “국내 펀드가 투자하는 ‘신용등급이 낮은 국내 기업’과 선진국 하이일드 펀드(저신용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가 투자하는 ‘해외 저신용 기업’을 비교하면 후자가 훨씬 우량하고 부도 위험이 낮을 수 있다”고 했다.

세금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박 부행장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소액 투자상품을 제외하면 세금 감면 혜택이 많이 폐지됐지만 아직 남아있는 것도 있다”며 “매월 납입하는 적립식 저축보험은 금액 상한 없이 보험료 납입기간이 5년 이상이고 10년 이상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어 자산가들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재테크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목표 수익률을 낮게 잡고 유연한 투자전략으로 분산투자를 하면 좋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