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책자 펴낸 '대책반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사진)이 서울 맛집을 소개한 책 한 끼 식사의 행복(한국방송출판)을 펴냈다. 이 책은 김 전 위원장이 공무원 후배와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지난 3월 비매품으로 찍은 것이다. 1200부가 금세 동나자 출판사가 두 달 만에 판매용으로 재출간했다. 책값은 책의 콘셉트와도 맞다. 단돈 5000원이다.

책에 소개된 식당 91곳은 냉면 칼국수 막국수 설렁탕 김치찌개 해장국 생태탕 등 한 끼에 1만원이 넘지 않는 서민 맛집이다. 1인분에 1만5000원인 여의도 생태탕집을 소개하면서 “가격 때문에 소개를 망설였다”고 할 정도다. 30년 이상을 금융·경제 관료로 살며 ‘대책반장’이란 별명까지 얻은 김 전 위원장이 현직에 있을 때는 물론 지금도 즐겨 찾는 식당이 총망라됐다. 대부분 단품 메뉴를 파는 식당이며 30~40년 역사를 지닌 곳이다.

김 전 위원장은 “오랜 기간 많은 사람이 다니면서 어느 정도 검증된 곳만 골랐다”며 “위치나 환경이 다소 떨어져도 맛 중심으로 엄선했다”고 말했다. 평양냉면집을 가장 많이 소개했다. 그는 이북 출신인 어머니와 걸음을 뗄 무렵부터 평양냉면을 먹으러 다녔다고 한다. 지금도 냉면집이 새로 생기면 꼭 가서 먹어본다. “따로 말을 안 하면 조각 얼음을 띄운 육수가 나온다. 얼음 빼고 먹어야 제맛이 난다”(평양냉면집 을밀대)는 단골의 ‘깨알’ 조언도 적었다. 책에 실린 사진도 모두 직접 찍었다.

미식가로 알려진 김 전 위원장이 맛집 책을 쓴 계기가 있다. 곧 시행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다. 올해 9월 말부터 공무원, 공기업 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은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를 대접받으면 처벌받는다. 그는 김영란법의 영향을 받는 공무원 후배와 지인들이 떳떳하고 기분 좋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서울지역 식당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법무법인 지평이 설립한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로 일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