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자유입출금식 예금(요구불 예금)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정기예·적금 금리는 낮추고 있지만, 요구불 예금은 기존 금리를 유지하고 추가 혜택까지 주고 있다.
국민 "소액 예금 연 2% 이자"…SC제일 "고액 넣을수록 혜택"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은행들의 지난 1분기 요구불 예금 평균 잔액은 총 154조원이다. 은행들의 전체 자금 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5%에 그치지만, 조달 원가가 사채나 적금 등보다 낮다. 또 주거래계좌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들은 일정 금액 이상의 요구불 예금에 정기예금에 버금가는 금리를 주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국내 은행들은 일정 금액 이하의 소액 예금에 높은 금리를 주면서 각종 수수료를 대폭 면제해주는 상품을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주거래S20통장’은 신한카드 결제 실적이 있거나 휴대폰요금 자동이체를 하면 200만원 이하 예금에 연 1.75%의 금리를 준다. 2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은 연 0.1~0.2%의 기본금리만 주지만 인터넷·모바일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국민은행의 ‘KB Star*t통장’과 농협은행의 ‘농협주거래우대통장’ 역시 하루 잔액 100만원 이하는 급여이체 실적 등이 있으면 최대 연 2%의 이자를 준다.

우리은행은 이자율은 연 0.1%에 그치지만 수수료 혜택이 가장 많은 ‘우리 웰리치 주거래 통장’이 주력 상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급여 이체와 카드 결제 계좌로 지정하면 수수료 면제 가능 횟수를 매달 다음달로 이월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으로 수수료가 면제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모바일 상품인 ‘위비모바일통장’은 최대 연 0.4%의 금리를 주고 거래 수수료를 일정 횟수 면제하는 등 혜택을 강화했다.

외국계 은행은 자유입출금 상품으로 고액 예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일부 소액 자유입출금 예금 이자율을 연 0.01%까지 낮췄지만, 평균 잔액이 1억원 이상이면 거래 실적에 따라 최대 연 1.6%의 이자를 주는 요구불 예금 ‘씨티자산관리통장’의 이자율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 상품은 작년 9월 출시된 뒤 지난달까지 약 1조2000억원의 수신 실적을 기록했다.

SC제일은행도 1000만원 이상 예금에 높은 금리를 주는 자유입출금 상품인 ‘마이플러스 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골드바를 증정하는 등 판촉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통장에 1000만원 이상(평균 잔액 기준) 넣어두고 전월 대비 평균 잔액을 유지하거나 늘리면 연 1.5%의 금리를 준다. 이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홈앤세이브’와 금리가 같다. 이 상품은 작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2조원의 예금을 유치했다.

KEB하나은행은 60대 이상 노년층 고객을 대상으로 연금이체·카드결제 계좌로 등록하면 예금 잔액 200만원까지 연 1.3%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행복 노하우 주거래 우대통장’을 내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