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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산업재편 활로 막는 통합방송법

입력 2016-06-14 17:37:06 | 수정 2016-06-15 00:11:58 | 지면정보 2016-06-15 A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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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만큼 어려운 케이블TV
사업자 간 소유·겸영 규제 풀어
선제적 구조조정 출구 열어줘야

조명현 < 고려대 교수·경영학 cho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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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업종의 전례 없는 침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이미 수년 전부터 경고등이 켜져 있던 업계의 위기는 결국 정부가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해 12조원의 구조조정 자금을 투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산업의 부실이 ‘재난’ 수준으로 이어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는 무려 27조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바 있다.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 사태도 4만여명의 어음 피해자와 약 2조원의 피해액을 남겼다. 해당 사례들이 벼랑 끝에서 파국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은 사전에 방향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위기의 시그널을 외면하고 적절한 선택을 하지 않아서다.

지금 우리 앞에는 또 다른 위기의 산업이 있다. 케이블TV산업이다. 한국 케이블TV산업은 2009년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78.3%의 가입자 점유율을 보였으나 2015년에는 50% 초반대로 가입자가 크게 감소했다. 최근에는 방송 매출 중 수신료 비중이 45%까지 감소하면서 가입자 기반의 성장 여력도 붕괴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케이블TV 사업자가 홈쇼핑 송출 수익을 제외하면 적자 상태라는 얘기가 나온다.

케이블TV의 경착륙 우려는 선발 사업자들에서도 나타난다. 시장 1·2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의 2015년 매출도 전년 대비 각각 -6.9%, -1.5% 등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3위 사업자인 딜라이브는 같은 기간 매출은-7.3%, 영업이익은-27.6%로 3개 사업자 중 수익성이 가장 크게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성장동력을 상실한 케이블TV업계에 엑소더스가 발생할 조짐이 보인다. CJ그룹은 CJ헬로비전 매각을 추진 중이며, 현대HCN 등도 통신사업자와 매각을 위한 물밑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딜라이브의 대주주도 딜라이브 매각을 추진해 왔으나, 유료방송시장의 불확실성과 높은 매각 가격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다수의 케이블TV 사업자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딜라이브만의 차별화도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설상가상으로 CJ헬로비전 매각 과정에서 통합방송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통합방송법이 ‘기업 구조조정 제한법’화 돼 케이블TV 구조조정의 길은 더욱 요원한 상황이 되고 있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방송법 개정안이 케이블TV,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 간 소유와 겸영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면 케이블TV산업에 대한 투자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해외의 경우 유료방송을 인수하는 사업자는 기존의 통신 또는 방송 사업자인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력 인수 후보자인 IPTV 사업자의 케이블TV 인수가 차단될 경우 케이블TV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은 더욱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 등 딜라이브 인수금융의 대주단은 2조2000억원의 채무 조정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케이블TV산업이 직면한 현실 및 딜라이브의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기업회생 및 케이블TV산업의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통합방송법의 소유·겸영 규제 논란은 향후에 주주와 채권단이 긍정적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일 산업재편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딜라이브 인수금융 대주단의 손실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조선·해운업의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아무런 대안 없이 시간만 지나간다면 케이블TV산업의 구조개편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조속히 선제적·자발적 구조조정의 출구를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통합방송법 논의가 케이블TV산업 구조개편에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되며, 오히려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업구조조정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직면한 모든 난제를 풀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조명현 < 고려대 교수·경영학 cho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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