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은 기후 조건, 도축 공정, 수요 등의 변수를 데이터 시스템으로 관리하며 수급을 예측한다. 하림의 미국 수출용 삼계탕.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은 기후 조건, 도축 공정, 수요 등의 변수를 데이터 시스템으로 관리하며 수급을 예측한다. 하림의 미국 수출용 삼계탕.
4차 산업혁명의 원유, 데이터

스페인 패션기업 자라(ZARA)는 의류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꿔놨다. 광고, 창고, 디자이너 등 세 가지가 없는 의류회사가 어떻게 세계를 석권하고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를 세계 3위 부자로 올려놨을까. 정답은 데이터 경영에 있다. 자라는 매년 세계 2000개 매장에 1만2000종의 신상품을 내놓는다. 다른 패션기업에서 6개월 이상 걸리는 신상품 기획-제작-유통을 1주일 만에 끝낸다. 상품 수요 예측, 판매·재고 관리 등 모든 과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소량 주문, 적시 운송, 창고가 없는 무재고 시스템은 데이터 경영의 특징이다.

육계 생산업체 하림은 데이터 기반으로 농장, 공장, 시장 ‘3장’을 통합해 매출 5조원, 이익 2900억원, 국내시장 점유율 3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림은 생산 자동화를 거쳐 기후 조건, 도축 공정, 수요 등의 변수를 데이터 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수급을 예측한다. 하림은 2011년 100년 전통의 미국 육계기업 알렌을 인수해 사세를 확장 중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하면 5~6%의 매출 증가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고객에 관한 데이터,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있으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렇게 21세기 농업, 제조, 의료, 금융, 물류 등 전 산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데이터 활용을 중심에 둔 업체다. 농업의 몬산토, 제조의 제너럴일렉트릭(GE), 의료의 미리아드, 핀테크(금융+기술)의 트랜스퍼와이즈는 데이터를 축적·분석해서 소비 흐름을 예측하고 신상품을 개발한다. 그들은 데이터로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한경 BIZ School] 데이터 통한 의사결정, 매출 5~6% 증대 효과
데이터 자본주의가 온다

“우리는 데이터를 절대 버리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데이터가 상품이나 서비스로 언제 중요해질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소한 데이터라도 대량으로 취합하고 분석하면 의미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이 시대의 핵심 자원은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다. 미래의 데이터는 일종의 생산자원이며 미래의 생산력은 바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팅 능력에 달려 있다.”(마윈 알리바바 회장)

[한경 BIZ School] 데이터 통한 의사결정, 매출 5~6% 증대 효과
그렇다. 우리는 이미 데이터로 돈을 버는 데이터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를 말해주듯 세계 최대 e커머스업체인 중국 알리바바는 지난 4월12일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즈다를 인수했다. 알리바바의 목표는 단순한 매출 증대가 아니다. 매일 자사에서 발생하는 6000만건의 상거래를 통해 공급자-소비자와 관련된 엄청난 데이터를 얻는다. 라즈다 인수로 아시아의 생산-유통-소비 데이터를 자본으로 축적해 새로운 부를 창조하려는 것이다. 2015년 2월18일 백악관은 패틸 박사를 미국 행정부의 수석데이터과학자(CDS·chief data scientist)로 임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생산하고 관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정책을 수립하는 데 조언한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도 축적된 데이터를 미래 자본으로 활용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거래 활성화로 데이터 경제 이끌어야

데이터의 비즈니스 활용이 확산되면서 거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데이터 경제를 이끄는 핵심 기반이 된다. 해외는 공공·민간 데이터를 거래하고 판매할 수 있는 데이터 마켓플레이스와 데이터 브로커 기업이 700여개 이상으로 대형 시장을 형성(1990년대 이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데이터 브로커 수가 약 650개로 1560억달러 규모(2013년)의 시장을 형성한다.

DDMI(Data-Driven Marketing Institute) 조사에 따르면 2014년 미국 마케팅 분야의 ‘데이터 가공 및 거래 활용 관련 산업’은 2020억달러의 경제적 가치와 약 97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조사됐다. 한국은 어떤가.

그간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 K-ICT 빅데이터센터(경기 성남시 판교)에서는 국내 데이터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정책 수립, 상권 분석, 중국인 맞춤 관광 추천, 조선·해양 선박 수요 예측 등 우수 빅데이터 모델을 개발해 확산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과 데이터 창업, 인력 양성 교육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kbig.kr)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데이터 거래 생태계의 핵심 요소인 ‘데이터 가공’ ‘데이터 중개’ 기업을 발굴해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는 선도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런 노력에도 한국은 데이터 축적과 거래 활용이 선진 기업들에 비해 뒤처져 있다. 선진국 경제가 이미 데이터 생태계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데이터 거래가 데이터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한국도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데이터 생산량이 많아 데이터 활용 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시점에서 기업과 정부, 공공부문 등 각 분야에서 데이터를 거래·활용할 수 있도록 생태계 기반을 조성해 ‘데이터 경제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김진철 <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공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