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1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신고서를 받고도 아직까지 아무 말이 없다. 어제로 벌써 167일이 지났다. 다른 인수합병 건에 대해선 재빨리 움직이던 공정위 행태로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각에서 지적하듯이 공정위가 청와대와 국회 눈치를 보느라 결론을 못 내리는 것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공정위는 “눈치를 본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하고 있다지만 돌아가는 정황으로 보면 그런 의구심이 들고도 남는다. 그동안 방송·통신업체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 역대 최장기간인 132일을 훌쩍 넘긴 것부터 그렇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120일 이내이지만 자료 보정 등에 걸리는 기간은 제외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그런 식이라면 기업결합 심사가 무한정 늘어날 수도 있고, CJ헬로비전 인수가 그토록 장고해야 할 복잡한 문제도 아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3월22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심사보고서가 조만간 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두 달이 또 지나도록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를 작성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20대 총선 후 정치지형이 바뀌자 공정위가 갑자기 몸을 사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심지어 항간에는 야당과 지상파 방송사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인수합병에 대한 ‘사인’을 주지 않자 공정위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 스스로 레임덕을 불러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수합병은 정치적 이슈도 아니다. 기업결합을 승인하든 불허하든 공정위로서는 법과 원칙에 맞게 하면 될 일이다.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불확실한 상황을 방치하면 관련 기업은 아무런 일도 할 수 없게 된다. 해당 산업에도 치명타다. 미래 성장동력에 매진해도 시원찮을 판에 통신업계, 방송업계 할 것 없이 이번 인수합병건을 놓고 찬·반 진영으로 갈라져 허구한 날 공방전으로 날을 지새운다는 게 말이 되나. 공정위는 결론을 빨리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