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기반의 스타 벤처기업이 20년간 실종됐다는 한경 보도(1월16일자 A1, 3면)를 보면 우리 경제가 무엇이 문제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1세대인 메디슨 휴맥스 터보테크 등의 창업이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이었다. 이어 아이디스 쏠리드 미래나노텍 크루셜텍 등 2세대가 등장했지만 벤처 거품이 꺼진 2002년 이후엔 아예 새 얼굴이 없다. 이른바 ‘벤처 빙하기’다. 산업의 근간인 제조벤처의 위축은 혁신이 사라진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역대 정권마다 차세대 성장동력,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의 구호 아래 벤처 신기술 개발에 자금과 정책역량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R&D 투자비중은 GDP 대비 4.29%로 세계 1위다. 중소·벤처기업 지원제도는 550여개에 달한다. 벤처투자도 지난해 2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수준이다. 이 정도면 스타 벤처들이 속출해 전통 제조업의 공백을 메우고 새 성장동력이 돼야 할 텐데 현실은 반대다. 어딘가 단단히 고장 났다는 얘기다.

제조 벤처의 위축은 지원제도나 지원금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정부의 R&D 예산과 벤처 지원금은 ‘눈먼 돈’으로 치부돼 벤처 육성보다는 부정수급자 적발과 누수대책에 더 골몰하는 판이다. 제조 벤처가 지원금을 받아도 첫해 흑자를 못 내면 이자부담이 커져 오히려 족쇄가 된다. 기술보증도 ‘실적’ 있는 기업 위주여서 자금이 절실한 창업 3년 정도인 스타트업에 대한 보증 비중은 고작 23%다. 벤처캐피털들은 당장 돈 되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에 몰리고 투자회수가 더딘 하드웨어 벤처는 꺼린다.

이제 제조업은 아예 끝나버린 것인가. 기존 제조업도 고품질에다 시장의 판을 바꿀 혁신적인 벤처기술을 입히면 활로가 열린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들은 드론 사물인터넷(IoT) 로봇 웨어러블 바이오 등 미래 유망분야의 제조 벤처를 키우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샤오미를 배출한 중국도 ‘made in China’ 기반 위에 ‘created in China’를 이끌 하드웨어 벤처 창업에 혈안이다. 한국엔 거의 없는 드론업체가 중국엔 수백개다. 제조업에서조차 벤처가 실종된 것이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없어진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