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2013년부터 올해까지 국고 보조금 비리사건 신고를 통해 모두 438억원을 국고 환수했다고 한다. 특히 올해 환수한 금액은 285억6668만원에 이른다니 규모만으로도 놀랄 일이다. 정부가 보조금 비리에 대해 신고받기 시작한 2002년 740만원의 300배가 넘는다. 국민들의 신고 정신이 투철해졌다기보다 부조리가 많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올해 상반기 대검찰청 합동조사에서도 보조금 비리사범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터다. 국고 보조금은 눈먼 돈이고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부패 공화국’의 민낯이다.

무엇보다 국고보조금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 비리를 키우고 있다. 4년 전인 2011년 43조7000억원이던 보조금은 올해 58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연평균 7.82%의 증가율이다. 이 기간 정부 예산 증가율 4.8%보다 무려 3%포인트나 많다.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5%나 된다. 국고 보조가 증가하는 만큼 보조금에 빌붙어 도식(徒食)하려는 ‘좀비기업’이나 ‘좀비단체’들만 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나 건설교통, 농수축산, 노동, 문화체육 등 사회 전반에서 이런 눈먼 보조금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보조금 비리를 감독하는 것보다 오히려 보조금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한번 보조금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것이 기득권으로 인식돼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일은 거의 없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국가보조사업 1422개를 대상으로 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51.6%에 불과했다 나머지 절반은 통폐합해야 할 것이지만 정부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보조금마다 은밀한 임자가 있고 담당 공무원들과의 연결 고리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정리하고 보조금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우리는 국회가 법안처리에 미적대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