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발빠른 삼성' '통큰 롯데'
올 들어 9월 말까지 재계에서 자율적 인수합병(M&A)을 주도한 그룹은 삼성과 롯데였다. 삼성은 가장 많은 M&A를 성사시켰고, 롯데는 M&A 규모(거래금액)가 가장 컸다.

두 번에 걸친 매각작업을 통해 화학 및 방위산업을 털어낸 삼성그룹은 해외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업을 사들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과 2월(본계약 체결 기준) 각각 브라질 프린팅 솔루션업체 심프레스와 미국 결제기업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원화 기준으로 각각 1000억원과 2746억원이었다.

삼성SDI는 2월 오스트리아 마그나의 전기차 배터리 팩 사업부문을 1320억원에, 호텔신라는 미국 면세점 기업 디패스의 지분 44%를 1050억원에 매입했다.

롯데는 총 2조2139억원 규모의 M&A 세 건을 성사시켰다. 롯데인천타운은 2월 인천 구월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부지 및 건물을 3060억원에 사들였다. 호텔롯데는 3월과 5월 각각 KT렌탈과 미국 뉴욕 팰리스호텔을 1조111억원, 8967억원에 인수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9일 삼성SDI케미컬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비피화학 등 3개사를 2조7915억원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이를 포함하면 연간 기준 M&A 건수와 금액 모두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4분기 들어서는 SK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달에만 두 건의 M&A를 성사시켰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최대 1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SK(주)는 OCI머티리얼즈를 4816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총수의 지배력 및 그룹 경쟁력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한 그룹 내 계열사 간 합병도 활발했다. SK는 8월 SK C&C와 SK(주)를 합병시켜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해결했다. 삼성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친 통합 삼성물산을 9월 출범시켰다.

전문가들은 자율적 사업재편 바람은 내년에도 재계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물밑에서 활발하기 때문이다. 이미 M&A시장에 나와 있는 코웨이 동부제철 동부익스프레스 두산DST 두산공작기계 등도 기업들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