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수출이 6년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데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저효과’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비교 시점인 작년 10월에 역대 최고치인 516억달러를 수출했기 때문에 하락폭이 더 커보였다는 것이다. 10월 수출액(434억7000만달러)만 놓고 보면 8.4% 감소율을 기록한 지난 9월(434억8000만달러)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비상 걸린 '수출 한국'] 휴대폰 외 모든 주력품목 수출 감소…"교역 1조달러 올핸 힘들어"
그러나 휴대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력 품목의 수출이 부진한 데다 좀처럼 반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2011년 이후 4년 연속 이어오던 교역액 1조달러 행진은 올해 중단될 위기다. 전문가들은 수출 감소가 국내 경기회복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수출 규모와 중요도에 따라 13대 주력 수출품목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들 13대 주력 품목 중 10월에 수출이 증가한 것은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 V10 등 신제품이 출시된 휴대폰밖에 없다. 휴대폰 수출은 신제품 출시 효과로 작년 10월보다 42.1% 늘어난 39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45억30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던 선박은 올 10월엔 16억5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수출액이 63.7% 급감한 것이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철강도 44.9%, 31.6%, 29.6%씩 수출이 쪼그라들었다. 작년 10월 161억4000만달러였던 이들 네 개 품목의 수출액은 올해 10월엔 90억7000만달러에 그쳐 100억달러 밑으로 주저앉았다.

이들 4대 품목의 수출이 급감한 건 큰 선박과 해양플랜트의 인도가 없었고(선박), 국내 주요 공장이 정기보수에 들어갔으며(석유제품·석유화학), 중국이 저가 수출공세를 펼쳤기 때문(철강)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요가 줄고, 수출 단가가 떨어진 것도 수출 급감의 공통 요인이다.

한국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쌍두마차인 반도체(-7.0%)와 자동차(-1.3%)도 지난달 수출이 줄었다. 반도체는 단가 하락, 자동차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 탓으로 분석된다.

지역별 수출을 보면 가장 큰 교역국인 중국에서 4.2% 줄었고, 미국에서도 11.4% 감소했다. 올 9월엔 두 자릿수(19.7%) 증가했던 대(對)유럽연합(EU) 수출도 10월엔 12.5% 감소로 돌아섰다.

연간 100억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주요 10개 지역 및 국가 가운데 베트남에서만 수출이 12.7%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휴대폰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공장이 있는 베트남에 관련 부품을 많이 내보낸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의 새 모델이 나오지 않았다면 모든 주력품목과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줄었을 것이란 얘기다.

10월 수입도 수출만큼 줄어들면서 교역액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교역액은 8078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9169억달러)에 비해 한참 못 미쳤다. 남은 11월과 12월 두 달간 2000억달러가량의 수출입을 하지 못하면 4년째 이어오던 교역액 1조달러 행진도 멈추게 된다.

이인호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올 교역액 1조달러 달성은 장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