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사는 유사 이래 모든 국가의 관심사항이었다. 영토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정확한 숫자를 알아야 세금을 걷을 수 있고 징병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인구조사는 기원전 3600년께 고대 바빌로니아 제국이 한 조사다. 조사를 했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결과는 남아 있지 않다. 이집트도 기원전 3000년께 피라미드 건설을 위해 인구조사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토지 분배와 과세를 목적으로 인구조사를 했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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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도 등장하는 인구조사

오늘날 인구조사의 ‘전범(典範)’으로 손꼽히는 것은 고대 로마제국의 조사다. 로마시대에는 세수 확보와 징병을 목적으로 시민의 수와 재산을 조사했다. 기원전 435년부터는 전(全) 로마제국에 걸쳐 조사를 시행했다. 이때 인구조사를 담당한 관리의 직명이 켄소르(censor)였다. 오늘날 전수조사를 뜻하는 단어 센서스(census)는 여기서 유래했다.

인구조사는 성경에서도 언급됐다. 구약성서 ‘민수기(民數記·Numbers)’에는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빠져나와 가나안 땅으로 이동하기 직전인 기원전 1250년께에 광야에서 인구조사를 벌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난 것도 인구조사와 관련이 있다. 요셉과 만삭의 마리아는 로마 제국의 인구조사 때문에 본적지인 베들레헴으로 돌아가다가 예수를 낳았다. 이동 중 진통이 왔지만 머물 숙소가 없어 마구간에서 출산하게 된 것이다.

근대적 의미의 인구조사는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1787년 제정된 헌법에 인구센서스 실시 규정을 두고 1790년 제1회 인구센서스를 미국 전역에서 시행했다. 19세기 들어 서구 국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UN 통계처에 따르면 2005~2014년 세계 214개국에서 인구총조사를 벌였다. 전 세계 인구의 93%가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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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조사로 시작… 올해는 20%만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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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구조사는 삼한시대부터 시작해 삼국시대,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호구조사(戶口調査)’란 명칭으로 이뤄졌다. 조선 초기인 1406년 태종은 인구 파악을 위해 전국적 호구조사와 호패법을 시행했고, 성종은 경국대전을 통해 3년마다 호구조사를 하도록 규정했다.

근대적 의미의 인구조사는 일제강점기였던 1925년 ‘간이국세조사’란 이름으로 처음 시행됐다. 이때 파악된 인구는 남자 972만6000명, 여자 929만4000명 등 총 1902만명이었다. 조사 항목은 성명, 성별, 생년월일, 배우자 관계, 본적 등 5개에 불과했다. 주택총조사가 처음으로 함께 시행된 1960년에는 36개로 조사항목이 늘어났다. ‘주로 한 일’과 ‘조금이라도 한 일’을 구분해 조사했고, 주택조사도 대청마루의 유무와 평수, 부엌의 유무, 변소의 형태 등으로 나눠 자세히 물었다. 올해는 52개 항목을 조사한다.

조사 방법도 발전해왔다. 1960년부터 표본을 정해 세부항목을 파악했고 1990년에는 광학판독 자료입력(OMR) 방식을 적용했다. 2005년 처음으로 인터넷 조사 방식을 도입해 편의성을 높였다. 올해는 조사방법을 ‘등록 센서스’로 전환해 인구총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전수 방문조사를 하지 않는다. 대면 조사 대신 통계청이 12개 부처로부터 21종의 행정 자료를 받아 성명, 국적 등 12개 기본 항목을 채워넣는다. 이 방식을 통해 올해는 전 국민의 20%(400만여가구)만 방문조사를 받으면 된다.

조사 항목을 보면 시대상의 변화도 엿볼 수 있다. 초고속 통신망이 한창 보급 중이던 2000년 인구총조사 때는 컴퓨터·인터넷 활용상태, 개인휴대용 통신기기(휴대폰, 카폰, 무선호출기) 보유 여부 등을 질문했다. 2005년에는 저출산·고령화 관련 항목을 늘렸고 2010년 총조사 때는 저탄소·녹색성장 등의 문항을 추가했다. 올해는 경력단절, 자녀 출산 시기, 결혼 전 취업 여부 등의 질문이 새로 생겼다.

■ 등록 센서스

register-based census. 가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주민등록부, 건축물대장 등 행정자료를 이용해 통계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올해는 행정자치부 등의 행정자료를 이용해 인구, 가구, 주택의 총 규모 등 기본 사항을 조사한다. 통근, 보육 등 행정자료로 파악하기 어려운 항목은 20%의 표본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