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이건수 팀장, 장기실종자 4700명 14년간 찾아…"생이별의 눈물 닦아줄 때 가장 행복"
추석을 이틀 앞둔 지난달 25일. 서울 갈월동 실종아동센터에서 50대 여성과 70대 여성이 눈시울을 붉히며 끌어안았다. 1967년 잠시 외출했다가 길을 잃고 보육시설로 보내진 박모씨(55)와 당시 박씨를 돌보던 친언니가 48년 만에 재회한 것이다. 두 사람의 눈물 어린 상봉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이건수 경찰청 장기추적전담팀장(57·사진)이다.

이 팀장은 장기실종 사건해결 전문가다. 2002년 남양주경찰서 민원실에서 1주일에 1~2건씩 장기실종 가족 찾기를 도와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 팀장이 실종 가족을 잘 찾아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멀리서 남양주경찰서를 방문해 가족을 찾아달라는 이들이 점차 늘었다.

비결은 이 팀장이 개발한 ‘환경조사분석기법’이라는 분석체계였다. 실종장소와 행동 특징 등으로 실종자의 유형을 30가지로 분류해 있을 만한 곳을 찾는 것이다.

이 팀장은 2005년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7월1일에 장기추적전담팀이 생기면서 팀장을 맡았다. 장기실종 아동 찾기에 관심이 많은 팀원 5명이 모이면서 그의 팀은 곧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2385명이던 미발견자(18세 미만 청소년,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대상)가 이달 1040명으로 빠르게 줄었다. 지난해 8월에는 국내 최장기 실종 아동인 황대식 씨를 63년 만에 찾아 가족과 재회시키기도 했다.

이 팀장이 개인적으로 2002년부터 찾아준 장기 실종자는 4700여명에 달한다. 승진이 보장되는 보다 좋은 보직을 마다하고 14년 동안 이 일에만 전념한 결과다.

매일 같이 밤 11시를 넘겨서 귀가했고 사건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5년 이상 매달리기도 했다. 이 팀장은 “재회 현장을 바라볼 때마다 저절로 흐르는 행복한 눈물 때문에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도 추석을 전후해 장기 실종자를 찾는 의뢰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팀장은 “명절이 가까워지면 헤어진 가족을 그리는 마음도 애틋해진다”며 “가슴 아픈 하루하루를 보내는 장기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활발한 시민의 제보를 부탁한다”고 주문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