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여는 솔로들…소셜데이팅 시장 '쑥쑥'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이성을 소개받는 ‘소셜데이팅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10년 한 벤처기업이 창업하면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올해 기준 시장 규모가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간편하게 짝을 찾고자 하는 20~30대의 앱 이용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문화산업화하는 소셜데이팅

소셜데이팅 앱을 내려받은 뒤 가입해 프로필을 입력하면 업체가 하루 1~2회 이성을 주선해준다. 주선받은 이성이 마음에 들면 만나겠다는 ‘선택’을 하고, 상대방도 ‘맞선택’으로 응할 경우 실명과 연락처가 서로에게 공개된다. 회원 가입은 대부분 무료지만 무료 주선 횟수를 초과해 더 많은 주선을 받고 싶으면 돈을 내야 한다. 소개받을 이성의 나이와 종교, 키, 주거 지역, 직업 등의 조건을 설정하는 것도 유료다.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용자들은 맞선이나 소개팅보다 간편하게 이성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20대 여성 박모씨는 “매번 친구나 직장 동료에게 소개팅을 부탁하기 창피했는데 앱을 통해 간편하게 해결했다”고 말했다. 30대 공무원 김모씨는 “결혼정보회사 가입은 가입비가 비싼 데다 너무 대놓고 ‘조건 맞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겠다’는 느낌을 풍기는 것 같아 꺼렸지만 앱은 그런 우려가 없어 좋다”고 했다.

지갑 여는 솔로들…소셜데이팅 시장 '쑥쑥'
지난 5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소셜데이팅 서비스 제공 업체는 170여개, 회원 수는 330만명에 달한다. 이용자의 유료서비스 결제 비용 등으로 추산한 시장 규모는 최대 500억원대로 추정됐다. 한국에 앞서 관련 시장이 성장한 미국에서는 소셜데이팅 시장 규모가 18억달러(약 2조1400억원)로 알려졌다.

○차별화로 승부하는 벤처기업들

한국에 소셜데이팅 서비스가 시작된 건 2010년 벤처기업 ‘이음소시어스’를 통해서다. 이후 관련 벤처기업이 속속 생겨나며 시장이 꾸준히 팽창했다. 이음은 현재 가입자 110만명으로 업계 1위다. 정오의 데이트(85만명), 너랑나랑(80만명), 코코아북(60만명) 등이 뒤를 잇고 있다.

170여개 업체가 경쟁하다 보니 차별화 흐름도 뚜렷하다. 서울대 등 명문대와 의과대 등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20~39세 남성만 가입할 수 있는 앱 ‘스카이피플’이 대표적이다. 만남 주선을 게임과 결합한 ‘공주와 기사’ 앱도 눈길을 끈다. 이 앱에서 남성은 기사, 여성은 공주가 돼 기사가 위기에 빠진 공주를 구출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공주는 결투에 참가한 기사들을 응원하며 관심을 보일 수 있고, 공주를 구한 기사는 공주에게 ‘좋아요’라고 호감을 표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다.

이혼 남녀 전용 앱 ‘울림’, 35세 이상 골드 미스·미스터를 대상으로 하는 앱 ‘예그리나(YEGRINA)’ 등도 틈새시장을 열고 있다. ‘오작스쿨’과 ‘운명’ 등은 궁합 등 역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남을 주선한다.

사진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 유출이나 데이트 폭력 등에 취약하다는 단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소비자원이 최근 1년 이내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이용한 5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49.8%가 서비스 이용 관련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원치 않는 계속적인 연락(24.4%)’, ‘음란한 대화 또는 성적 접촉 유도(23.8%)’ 등의 피해가 잦았다. ‘개인정보 유출(16.0%)’, ‘금전 요청(10.2%)’ 등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본인확인제 의무화나 범죄경력 조회 기능 강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