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해왔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는 방법으로 복지에 필요한 세수를 충당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런 원칙에 따라 기업들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은 올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세금부담이 줄어든 건 아니다. 비과세 감면 축소 등으로 해마다 야금야금 늘어났다. 내년에도 1조3100억원을 더 내야 할 전망이다.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3년 만에 6조3500억원 늘었다. ‘법인세율 인상 없는 실질적인 세금 증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기업 세부담 더 늘어난다] "인상 없다더니 슬금슬금 기업 세부담 늘려…3년간 6조3500억 증가"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신설 부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부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기업의 세부담은 1조31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신설로 6300억원, 업무용 승용차에 대한 과세 합리화로 5500억원, 연구개발(R&D) 투자세액 공제율 축소로 1300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로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신설을 꼽았다.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는 적자로 인해 결손금이 발생할 경우 10년간 발생하는 소득에서 이를 먼저 공제한 뒤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의 80%만 공제로 인정하고 나머지 20%에 대해선 법인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결과 이월결손금 공제액이 줄어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경련은 내다봤다. 전경련의 시뮬레이션 결과 결손 이후 10년간 순익이 결손금의 125%를 넘는 해가 없을 경우 기존보다 공제액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내년 기업 세부담이 63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경련은 “마치 신용불량자가 일해서 받은 월급에 그동안 밀린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기업 실질 세부담 지속 증가

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하지만 ‘사실상의 증세’로 인해 올해 법인세수는 늘어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법인세는 22조5000억원 걷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조원(9.75%) 증가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은 2010년 16.9%에서 2013년엔 0.7%로 뚝 떨어진 데 이어 작년에는 1.5%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2010년 6.7%에서 2013년 4.7%, 작년 4.3%로 둔화되는 추세다.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4.7%, 순이익은 1.4% 감소했다.

그런데도 세수가 늘고 있는 것은 각종 공제감면 축소 등으로 인해 기업의 실질적인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탓이라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2009년부터 최저한세율 인상과 기업소득환류세제 신설 등 실질적인 증세로 2008년의 명목 법인세율 인하 효과를 상쇄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 6일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2008년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췄지만, 그동안 비과세 감면 정비 등으로 2%포인트의 인하 효과가 상쇄됐다”고 인정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