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대세…해외펀드 당분간 '환헤지' 말라
중국 인민은행의 기습적인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로 원·달러 환율이 올 들어 가장 높은 1190원80전까지 치솟으면서 재테크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약세를 보이는 원화가 아닌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 상품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펀드시장에서도 환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분산)를 하지 않은 상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환노출 해외펀드 부상

강달러 대세…해외펀드 당분간 '환헤지' 말라
12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환노출형 펀드 수익률이 환헤지형 펀드 수익률을 크게 앞서고 있다. 올해 초 달러당 1100원 안팎이던 환율이 1200원에 근접한 영향이다. 지난 2월 설정된 대신자산운용의 ‘대신글로벌멀티스트래티지’ 환노출형 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은 9.5%에 달한다. 반면 똑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환헤지형 펀드 수익률은 4.4%에 그쳤다.

단일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환헤지를 하지 않은 상품들의 수익률이 월등하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하이자산운용의 ‘하이미국1.5배레버리지’ 환헤지 펀드는 최근 3개월간 0.1%의 손실이 났다. 하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은 상품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5.86%에 달했다. 유럽펀드, 일본펀드 역시 환노출형 상품의 수익률이 환헤지형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연내 1200원대, 내년엔 1300원대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향후 2~3년은 환노출형 펀드가 환헤지형 펀드보다 유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 환헤지 펀드는 지난 3개월간 4.07%의 손실을 낸 반면 환노출 펀드는 1.20%의 수익을 냈다.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 이후에도 수익률 격차는 여전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중국펀드는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달러를 다시 위안화로 바꿔 중국 주식에 투자한다. 환헤지 펀드라고 해도 비용 문제를 감안해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는 단계만 헤지를 한다. 환헤지 상품을 고른다고 해도 위안화 대비 달러 약세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달러 RP, ELS 판매도 급증

강달러 대세…해외펀드 당분간 '환헤지' 말라
달러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품 판매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대신증권은 주가연계증권(ELS), 환매조건부채권(RP), 펀드 등을 포함해 달러로 투자하는 상품 잔액이 1000억원에 달한다. 200억원 안팎이었던 연초와 비교하면 4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대표적인 상품은 달러 RP다. 연 1% 미만의 낮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환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2월 271억원가량 판매됐지만 이달에는 열흘 새 90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달러 ELS도 인기상품으로 떠올랐다. 코스피200, S&P500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것은 일반 ELS와 같지만 달러로 직접 매매하기 때문에 환차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4월 말 달러 ELS를 처음 출시, 석 달여 만에 25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서형종 대신증권 상품기획팀장은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진 만큼 달러 연계 상품으로 자산 일부를 옮기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안상미/허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