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성공보수 주면 변호사 일 더할까
두 해 전 국내에서 첫손에 꼽히는 대형 종합병원을 찾았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위급하게 수술을 받기 위해서였다. 내 가족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의료진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받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선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음료수 한 상자를 준비해 의료진에게 전했다.

그런데 의료진으로부터 뜻밖의 반응이 돌아왔다.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 한 잔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돈은 물론이고 사소한 답례품도 환자에게 일절 받지 않는 게 병원 지침이란다. 그러고 보니 관련 안내문이 병원 곳곳에 붙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간호사는 “선물을 안 주셔도 저희가 성심성의껏 환자분을 돌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시켰다. 순간 음료수 상자를 내민 손이 부끄러워졌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곁에서 지켜본 의료진은 감동적일 만큼 환자를 위해 애썼다.

지난달 23일 대법원이 선고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에 대한 변호사단체들의 대응을 보고 불현듯 2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허모씨가 성공보수 1억원은 지나치게 많아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니 이를 돌려달라고 변호사 조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7월23일 이후 형사사건에 대해 체결한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판례를 변경했다.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는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켜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란 설명이 붙었다.

변호사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성공보수를 없애면 이 돈이 착수금에 산정돼 결과적으로 의뢰인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고,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변호사 입장에선 이미 돈을 받아 더이상 인센티브가 없으니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라고 비판하는 인터뷰를 했다. 형사전문 변호사들도 ‘성공보수’란 당근이 없으면 변호사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정을 들어 판결에 대한 반박 논지를 폈다.

변호사들에게 의료진에 버금가는 공공성을 바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다수의 변호사들이 자신의 직무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일부 변호사단체 관계자들의 반박 논지에는 쉽게 공감할 수 없다.

대다수 국민은 이 판결을 환영하는데 변호사단체들은 법률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변호사법 1조는 다음과 같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무엇이 사회정의인지 변호사단체에 묻고 싶다.

김인선 법조팀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