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과 다국적제약사 화이자 간의 발기부전 치료제를 둘러싼 공방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특허심판원이 한미약품이 화이자를 대상으로 제기한 비아그라 입체상표권 특허취소 심판에서 “특허 취소가 적합하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미 디자인과 상표 무효소송 1심에서 모두 승소한 한미약품이 특허취소 결과까지 이끌어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디자인은 비아그라의 생김새를 말하고 입체상표권은 실물을 식별할 수 있는 기호나 문자, 모양을 뜻한다.

한미약품과 화이자 간 ‘비아그라 전쟁’은 2013년 3월부터 시작됐다. 한미약품이 비아그라 특허가 끝난 2012년 5월, 제네릭(복제약) ‘팔팔’을 내놓고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자 화이자는 디자인과 상표권 침해 등을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다. “마름모꼴에 푸른색을 띠는 약 모양은 비아그라만의 고유한 디자인”이라는 게 화이자의 주장이었다. 한미약품은 “먹는 알약의 일반적인 형상이며 의사의 처방전을 통해 상품명을 특정하는 전문의약품의 특성상 상표 및 디자인 침해가 아니다”고 맞섰다.

특허심판원의 이번 판결은 한미약품과 화이자가 벌이고 있는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화이자는 2012년 10월 “한미약품의 비아그라 복제약인 ‘팔팔’이 비아그라의 디자인과 입체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에서는 한미약품이 승소했으나 2심에서는 화이자가 이겼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자세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이번 특허심판원의 판결은 ‘팔팔’의 독자적 브랜드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