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사업은 인터넷 관련 분야다. 지난해 중국 내 전체 창업투자액 127억달러(약 14조8450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62억달러가 인터넷 비즈니스에 집중됐다. 최근 인터넷 못지않게 주목받는 분야가 또 하나 있다. 바로 1차산업인 농업이다. 올 2분기 농업 분야에 대한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 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0배로 급증했다.
중국 농업에 '베팅'하는 미국 사모펀드
미국을 대표하는 사모펀드 운용사 중 하나인 KKR뿐 아니라 중국 대표 정보기술(IT)기업 알리바바와 레노버까지 최근 농업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올초 매년 처음 발표하는 중요 정책문건인 ‘1호 문건’을 통해 농업현대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토종 사모펀드도 투자나서

31일 중국 벤처캐피털 및 사모펀드 관련 정보제공업체 차이나벤처에 따르면 올 2분기 농업 분야에 대한 VC·PEF 투자 규모는 5억1685만달러(약 6000억원)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191배, 전년 동기 대비 40배로 급증했다. 중국 농업 분야에 대한 VC·PEF의 투자는 2013년 4억3900만달러에서 지난해 5억8000만달러로 증가했고, 올 들어선 상반기에만 지난해와 비슷한 5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농업 분야 투자가 급증한 데는 KKR이 푸젠성의 축산업체 성농발전에 4억달러를 투자한 영향이 컸다. 성농발전은 닭 사육·도살·가공 전 단계를 아우르는 육계가공업체로, 중국 기업 중 유일하게 맥도날드에 닭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KKR은 2008년 중국의 젖소사육업체 현대무예를 시작으로 그동안 중국 농업 관련 기업 네 곳에 투자해왔다. 현대무예에는 총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원금의 세 배에 달하는 수익을 달성해 주목받기도 했다.

KKR 외에 중국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 화안웨이라이와 벤처캐피털 샤오춘즈번도 종자회사에 7200만달러와 3400만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중국의 대표 IT기업들도 최근 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대표적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설립한 투자회사 윈펑기금은 지난해 20억위안을 들여 중국의 유(乳)제품 전문업체 이리의 축산 자회사 이리쉬무를 인수했다.

이는 중국 낙농업 분야에서 사상 최대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됐다. 레노버도 지난해 농업계열사를 설립해 블루베리 키위 등 과일을 재배하고 유통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농업 성장세, 금융·건축업보다 높아

KKR을 비롯한 사모펀드가 중국 농업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높은 성장잠재력 때문이란 분석이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농업 분야의 부가가치 생산액은 2010년 이후 매년 9.7~9.9%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6~7%대 성장세에 그친 건축업이나 금융업보다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르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은 전 세계 21%에 달하는 인구를 9%의 경작지로 먹여살리고 있어 기본적으로 농산물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식품안전에 대한 중국 국민의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는 점도 농업 성장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류하이펑 KKR중국법인 대표는 “중국 농업 업체는 아직 현대화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선진 기술을 접목해 회사 경쟁력을 높일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농업의 ‘후방산업’ 격인 음식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중국 농업 분야에 기회가 되고 있다. 주중유럽상공회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은 가처분소득 증가와 도시화 등으로 음식료산업이 연평균 15%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