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경제적인 만족과 기쁨을 수치화한 ‘경제행복지수’가 2008년 상반기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올 하반기 경제에 대한 기대치를 나타내는 ‘경제행복예측지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저성장과 소비부진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저성장 저금리로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노령층과 소비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경제적 행복감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고용불안·빚 늘어…'경제 행복감' 3년 만에 최저
○‘경기회복 체감 못해’ 94%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HRI)이 지난달 11~19일 전국 성인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6회 한경-HRI 경제행복지수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민들의 경제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40.4점에 그쳤다. 2012년 하반기(40.4점) 이후 최저치다. 전기(2014년 하반기·44.5점) 대비 4.1점 떨어져 2008년 상반기(5.1점)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경제행복지수는 응답자가 소득 물가 고용 등에 따라 느끼는 안정감과 불안감 등을 설문을 통해 분석하고 수치화한 것이다.

향후 느낄 경제적 행복을 나타내는 경제행복예측지수는 100점 만점에 57.3점으로 집계됐다. 조사를 시작한 2007년 12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가 기준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 3% 성장률을 달성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국민들은 온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회복 체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4.1%는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골랐다. 작년 하반기 대비 3.1%포인트, 작년 상반기 대비 7.0%포인트 늘어났다.

○가계부채가 소비 막아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 응답자의 71.4%는 일자리 불안(42.2%)과 가계부채 증가(29.2%)를 원인으로 꼽았다. 올 상반기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대치인 11.0%에 달할 정도로 고용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가계의 빚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상환지출 비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37.7%로 전년 동기 대비 1.1%포인트 상승했다. 100만원을 벌면 37만7000원을 빚 갚는 데 쓴다는 의미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은 “저금리 때문에 늘어난 은행 가계대출이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올 하반기에 대한 전망도 부정적이다. 올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한 질문에 59.0%는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4.7%에 그쳤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지갑을 닫게 하고 있다. 응답자들은 가계부채 부담(21.0%), 자녀 교육비 부담(19.9%) 등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나이들수록 불안

한국의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50대 이상 베이비부머와 노년층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빚을 갚고 자녀 교육비를 대느라 노후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은퇴했기 때문에 나이를 먹을수록 경제 여건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연 1%대 초저금리로 인해 이자로 생활하는 게 어려워진 것도 노년층의 경제적인 행복을 막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초연금 확대로 2014년 상반기 36.7점에서 같은 해 하반기 44.9점까지 치솟았던 60대 이상 노령층의 경제행복지수는 올 상반기 31.9점으로 주저앉았다. 50대들의 경제행복지수도 20~40대보다 낮은 38.8점이다.

황정수/김유미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