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1853) 2막 1장에는 아들이 사교계 여인과 지낸다는 사실에 분노한 시골 신사가 여자를 찾아와 헤어질 것을 종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프라노와 테너가 부르는 사랑의 이중창도 아닌, 바리톤과 소프라노의 ‘갈등의 이중창’이 20분이나 계속된다는 것은 당시까지 전례 없는 일이었다.

노신사는 천한 여자라고 지레짐작했던 여인의 순수한 사랑에 놀라지만 강요 대신 긴 대화로 설득한다. 발끈했던 여인 역시 상대의 성숙한 인품과 교양 있는 태도에 감화돼 자신을 버리면서 그 뜻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렇게 형성된 두 사람 사이의 묘한 신뢰감이 오페라를 해피엔딩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나 감동적인 피날레로 이끄는 촉매제가 된다.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사회에 대화의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