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각한 ‘새누리 투톱’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심각한 ‘새누리 투톱’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반응과 입지가 엇갈리고 있다. 김 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이 강하다는 청와대 시각에 보조를 맞추면서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유 원내대표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김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에서 확실하게 그런 입장을 취하면 거기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가 재의결에 부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김 대표는 이어 “위헌성이 없다고 생각해 국회에서 가결시켰는데, 그 후 의장이 중재해 자구를 수정한 것만 보더라도 다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에도 “다수의 헌법학자가 위헌성이 있다고 해서 난감한 상황이고 위헌성이 분명한데 대통령이 이를 결재할 수 없는 처지”라며 청와대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강제성이 없어 위헌이 아니다”고 한 것과 달라진 태도다.

유 원내대표는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는 ‘정부 입장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김 대표의 발언과 관련, “정확한 뜻은 모르겠다”며 “해법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더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만 했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원안도 위헌성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는 부분을 ‘요청한다’로 바꿔 위헌 시비를 해소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의원총회를 열어 재의결 여부를 결정하는 등 ‘정면돌파’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에 이어 김 대표까지 청와대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유 원내대표의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최대한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에서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거쳐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대해 15일 안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15일 정부로 이송됐다. 국무회의가 매주 화요일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시한인 오는 30일 국무회의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