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와의 키스, 달달 혹은 쌉쌀?
뱀파이어는 한국에서도 더 이상 낯선 종족이 아닌 듯싶다. 물론 드라마 속 가상의 영역에서다. 밤이면 잠에서 깨어나 인간의 피를 잔혹하게 빨아들이는 드라큘라로 대표되던 무서운 이미지는 이제 친숙하고 신비스러운 존재로 순화된 느낌이다. 여기에는 꽃미남 뱀파이어 열풍을 몰고 온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 등 뱀파이어와 관련한 해외 영상 콘텐츠의 영향이 크다.

지난달 15일 처음 방영한 12부작 KBS2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금요일 밤 10시35분)는 지난 4월 종영한 ‘블러드’에 이어 올해 KBS가 두 번째로 선보인 뱀파이어물이다. ‘블러드’가 뱀파이어 소재를 의학 드라마에 녹였다면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학원 멜로물의 옷을 입었다.

이 드라마는 뱀파이어를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로 그려낸다. 인간 정재민(여진구 분)과 뱀파이어 백마리(설현 분)가 힘겹게 만들어가는 ‘금지된 사랑’의 종착역은 차별과 편견의 극복이다. 학교는 사랑을 하고, 미움과 질투로 차별받고,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기 좋은 공간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잘못과 실수는 용서받을 수 있다.

‘감성 자극 로맨스’를 표방하는 이 드라마는 정공법으로 주제를 풀어낸다. 유치하거나 진부하다는 쓴소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청춘 남녀의 마음을 진솔하게 펼쳐놓는다. 그래서인지 풋풋한 사랑의 냄새가 풍긴다.

청춘물인 만큼 10~20대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달달한 로맨스니까 오글거려도 괜찮다”는 평가가 많다. 깊은 울림까지 전해줄 만한 무언가가 부족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이 드라마는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에서는 현재를 배경으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됐지만 드라마는 원작에 없는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주인공들의 운명적인 인연 스토리를 더했다. 전생의 이야기가 끝나면 현재보다 한 걸음 나아간 미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원작에서는 수많은 갈등 끝에 백마리가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고 당당히 재민과의 사랑을 이어나가는데,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결말로 나아갈지 시청자의 궁금증을 불러오고 있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포털사이트 줌이 발표한 지난달 ‘TV 인터넷 관심도’ 리포트에서 ‘TOP5’에 진입했다. TV 시청률은 4~5%로 낮은 편이지만 젊은이들이 인터넷 등 다른 방식으로 드라마를 소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