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의 ‘피스마이너스원’전에 출품한 권오상 씨의 ‘무제의 지드래곤’.
서울시립미술관의 ‘피스마이너스원’전에 출품한 권오상 씨의 ‘무제의 지드래곤’.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27)이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전시 ‘피스마이너스원:무대를 넘어서’가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김홍희)과 지드래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민석)가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대중가수 지드래곤’이다. 진기종, 손동현, 마이클 스코긴스 등 국내외 예술가 총 14팀이 참여했다.

전시가 시작되는 2층 전시실의 제목은 ‘(논)픽션 박물관’이다. 지드래곤의 예술 소장품이 모인 공간이다. 설치예술가그룹 패브리커가 지드래곤과 함께 작업했다. 건축 디자이너인 장 프루베의 의자,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관 벽장식 등 여러 설치 작품을 관객 동선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어지럽게 놓아뒀다. 지드래곤이 입었던 의상과 직접 만든 물건도 진열했다. 지드래곤은 전시실에 나온 자신의 콜렉션에 대해 "특별한 기준은 없이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지는 3층 ‘피스마이너스원’ 전시실에선 이번 전시를 위해 1년여간 지드래곤과 협업한 국내외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사진을 이어붙여 3차원 형체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 권오상의 출품작은 지드래곤 사진을 수집해 만든 천사와 악마 형상이 모두 지드래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진기종은 “무인도에서 쉬고 싶다”는 지드래곤의 인터뷰를 모티브로 모형 작품을 냈다.

대중음악가 지드래곤의 음악 철학을 보이며 장르간 융합을 시도했다는 설명과는 달리 전시에서 일관적인 주제의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각 작가들이 지드래곤 개인의 단편적인 모습을 작품 소재로 쓴 것이 전부다. 전시를 둘러본 한 미술계 인사는 “모든 전시실이 지드래곤의 음악성보다 유명세에 집중해 피상적인 헌정작품을 진열해놓은 것 같다”며 “더 넓은 관객층을 모은다는 당초 취지보다 한 개인을 홍보하는 1회성 행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드래곤과 별 관련이 없는 작품도 전시 주제의 일관성을 떨어뜨렸다. 작가 설명에 따르면 전시에 나온 마이클 스코진스의 ‘숨 쉴 수 없어’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찰 과잉진압의 희생자가 된 에릭 가너에 대한 작품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관객을 모으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김홍희 관장이 2012년 1월 취임한 뒤 현대 작가 위주의 실험적인 전시를 많이 했다. 난해한 전시가 이어지자 관람객은 급감했다. 대중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인기 연예인 지드래곤의 이름을 빌려 현대 미술을 소개하려는 것이 당초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이번 전시가 차세대 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며 “관람객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정인 YG 전시총괄은 “전시의 첫 번째 의의가 지드래곤 창작의 범위를 넓히는 데 있다”고 밝혔다. YG는 전시가 끝난 뒤 모든 작품을 구매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중국 상하이 등 해외를 돌며 지드래곤 순회전을 열 계획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상업전시의 시험 무대로 이용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높은 입장료도 논란이 되고 있다.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1만1000원이다. 이전 전시의 입장료는 대부분 무료이거나 1만원 이하였다. 김 관장은 “부족한 예산을 가지고 외부 기획사와 함께하면서 자연히 입장료가 높아졌다”며 “이런 식으로라도 미술관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 공공미술관으로서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8월23일까지. (02)2124-8800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