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취업 눈높이 낮추지 마라…대신 알짜기업 찾아라"
[ 김봉구 기자 ] “취업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잖아요. 대학생들은 그런 식의 접근을 안 받아들여요. 눈높이를 낮추는 게 아니라 알짜기업 알아보는 눈을 기르라고 해야죠. 대기업이나 공무원 못지않은 ‘히든챔피언’ 중소·중견기업을 소개하고 맺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 10.2%로 역대 4월 청년실업률 최고치, 핵심생산인구 실업률 대비 청년실업률 3.51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 각종 지표가 청년실업 적색경보를 울리고 있다. 고용 환경 개선과 함께 젊은이들이 취업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하지만 박선규 성균관대 학생인재개발원장(사진)은 반대 주장을 폈다. 청년층의 대기업에 대한 환상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는 게 우선이란 얘기다.

성균관대는 이달 12~14일 우수 중견기업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다. 대기업 쏠림현상을 막고 우수 중견기업 정보를 학생들에게 알리자는 취지다. 2013년 시작해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열고 있다. 대학 측이 먼저 중견기업들에 손을 내밀었다.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도 반겼다. 성균관대는 이 행사를 통해 알짜 중견기업 2000여개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학생들의 대기업 선호현상이 커요. 중소·중견기업에 들어가면 손해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잘못된 인식이죠. 알짜기업들이 많거든요. 대기업보다 연봉도 많이 주고 복리후생도 좋은 데가 있어요. 정보를 몰라서 안 가는 측면이 있죠. 사실 대기업 가는 것만 능사는 아닙니다. 잘 맞는 중견기업에 들어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게 개인에게는 더 좋을 수 있어요.”

대기업 외에 별도로 중견기업 채용박람회를 마련한 대학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주요대학 가운데 성균관대가 처음. 보직을 맡은 박 원장이 실용적으로 접근한 결과물이다.

그는 “취업률 분석을 해보니 학생들 55% 가량은 알아서 취업을 잘하더라. 타깃층을 55~70% 정도 사이 학생들로 잡았다”면서 “이 범위의 학생들은 학교가 조금만 신경 써 지원하면 취업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물+] "취업 눈높이 낮추지 마라…대신 알짜기업 찾아라"
성대생 수준이면 대기업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지 않느냐는 질문엔 “절대 학생들 눈높이를 낮추라는 게 아니다. 히든챔피언 기업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주는 게 핵심”이라고 되풀이 강조했다. “다만 정보가 없어서, 또는 중견기업에 대한 편견 때문에 안 가는 건 문제”라고도 했다.

박 원장은 “대기업에 입사해도 평균 3년이 안 돼 3명 중 1명은 퇴사하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이란 환상에 젖어 들어갔다가 안 맞아서 나오는 건데 결국 기업도 개인도 손해”라며 “왜 히든챔피언을 선택해야 하는지, 여기 가면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실질적 내용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가 꼽는 중소·중견기업의 장점은 발전가능성이다. 이미 체계가 갖춰진 대기업에선 역할이 제한적인 데 비해 중견기업에선 능력을 발휘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중견기업에 들어가서 열심히만 하면 사장도 될 수 있어요. 대부분 중견기업이 엔지니어가 오너인 경우가 많거든요. 신입사원도 그런 비전을 갖고 일할 수 있죠. 요즘 청년창업 바람이 부는데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다녀보지도 않고 곧바로 창업하는 건 위험 요소가 커요. 오히려 중견기업에 들어가 몇 년 경험을 쌓아 도전하면 창업 성공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성균관대의 시도는 우수인재 확보가 최대 고민인 중견기업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성대는 중소기업청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경기도 등과 협력해 박람회를 준비했다. 리크루팅 부스 설치 등 행사 참여 경험이 없어 망설이는 기업의 경우 학교가 대신 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박 원장은 “사실 중견기업들은 명문대생 입사 사례가 드물어 지레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박람회에 참가하면서부터 ‘성대 수준 신입사원도 올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렇게 서로 의식이 바뀌어 나가면 청년실업 문제도 차츰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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