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700 돌파] 단기 테마에 춤추던 코스닥, 체질 바꿔 '7년 박스권' 뚫었다
“코스닥이요? 연초에 잠깐 단물만 빨아먹으면 되는 시장이에요. 장기투자는 금물입니다.”

지난해까지 코스닥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평가는 이랬다. 상반기에 정책 수혜주와 테마주들이 지수를 띄우는 장세가 2~3개월간 이어지다 하반기 들어서기 전에 고꾸라지는 패턴이 여러 해 동안 반복됐던 탓이다.

지난 2월 600을 넘어선 코스닥지수가 두 달여 만인 17일 700을 가볍게 넘어섰다. 상반기 중 800선 도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2월 600을 넘어선 코스닥지수가 두 달여 만인 17일 700을 가볍게 넘어섰다. 상반기 중 800선 도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하지만 올해 증권가의 반응은 1~2년 전과 사뭇 다르다. 약세 전환을 점치는 전문가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장사들의 이익 추정치가 껑충 뛰면서 ‘비싼 몸값’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코스닥지수가 ‘7년 박스권’ 상단인 700을 뚫은 17일도 바이오, 헬스케어, 유통, 카지노 등 향후 성장성이 부각되는 업종 주식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이들 업종엔 지난 3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빠른 속도로 증시로 몰린 개인자금이 집중됐다. 최근 3개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1조466억원어치의 코스닥 주식을 순매수하며 기관(4550억원 순매도)과 외국인(1263억원 순매도)의 매물을 거둬들였다.

코스닥 특성상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점도 지수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하락기엔 단기간에 압축 성장이 가능한 기업들의 매력이 부각되기 마련”이라며 “글로벌 경기에 덜 민감하면서도 미래 성장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는 종목들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독자적 사업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메디톡스, CJ E&M, 파라다이스 등이 주도주로 떠오르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최영철 동양자산운용 스타일운용팀장은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브랜드로 시장을 개척하는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1년 이상 길게 보고 투자하는 자금들이 중소형주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신흥시장 투자의 달인’으로 꼽히는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이머징마켓그룹 회장도 최근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에선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며 “국민소득 수준 증대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소비 관련 종목들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들어선 실적이라는 ‘무기’가 추가됐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곳 이상의 증권사가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52개 주요 코스닥 상장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추정치 평균)은 5815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4967억원에 비해 17.07% 늘었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은 한층 더 장밋빛이다. 지난해보다 49.76% 증가한 2조9020억원을 벌어들일 것이란 게 증권사들의 예측이다. 특히 OCI머티리얼즈, 산성앨엔에스, 서울옥션 등은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됐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상장사들의 수익력과 재무구조가 과거보다 훨씬 탄탄해졌다”며 “향후 성장성이 핵심 투자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