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인터넷] 내 폰 안에 들어온 방송국…'생방송 SNS'가 뜬다
스마트폰이 TV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방송국이 스마트폰으로 들어오고 있다. 모바일 생방송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나오면서다. 트위터가 지난달 26일 선보인 ‘페리스코프’는 스마트폰으로 생방송 프로그램을 제작·송출할 수 있는 앱이다. 출시 이틀 만에 경쟁자인 미어캣을 따돌리고 5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실사용자 3억명의 트위터 네트워크에 올라타고 돌풍을 일으키는 것. 트위터는 급성장하는 모바일 생방송 서비스 미어캣을 견제하기 위해 페리스코프 제작사 바운티랩스를 인수하고 미어캣의 트위터 연동을 차단했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방송 서비스가 새로운 형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페리스코프 앱을 깔고 트위터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내 트위터 친구들이 화면에 뜬다. 트위터 친구의 방송 외에도 인기 있는 방송을 볼 수 있다. 사용자는 시청자인 동시에 언제든 방송 진행자가 될 수 있다. 내가 방송할 내용에 대해 간단한 소개글을 올리고 ‘방송 시작하기’ 버튼만 누르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활성화되면서 생방송이 시작된다. 트위터가 140자 단문 메시지로 신문사 인터넷 속보 기사를 대체했다면 페리스코프는 생방송 뉴스 회사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페리스코프 말고도 트위터는 최근 동영상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미 6초짜리 동영상 공유 SNS인 바인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트위터 자체에 자동 재생 동영상 콘텐츠를 결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트위터가 이처럼 동영상 콘텐츠에 매달리는 것은 동영상 광고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는 올해 미국 동영상 광고시장은 전년 대비 30.4% 성장한 77억7000만달러(약 8조7700억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페리스코프의 등장으로 국내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의 선두주자였던 아프리카TV는 갈림길에 섰다. 아프리카TV는 ‘별풍선’이라는 포인트 시스템으로 방송 공급자와 수익을 공유하며 안착했다. 수많은 스타 BJ를 배출하고 인기 스포츠 경기를 독점 중계할 정도로 영향력을 키웠다.

문제는 아프리카TV가 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모바일 생방송 서비스 시장도 페이스북의 국내 상륙으로 싸이월드가 몰락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서비스의 막강한 자본력을 당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