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의 시야를 넓히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 계열사 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자신의 업무에만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출장을 통해 다양한 기업과 교류하며 시야를 넓히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물 안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되고, 외부 기업들과 자주 교류하며 혁신마인드를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과 부품(DS) 부문 사장단 및 임원진은 각각 팀을 꾸려 상반기 중 미국 실리콘밸리를 돌아볼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사장단은 이전에도 수년에 한 번 실리콘밸리를 방문 했지만, 올해는 방문 인원을 대폭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삼성 경영진이 실리콘밸리에서 방문할 회사들을 섭외하는 일은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이 맡고 있다. 인텔코리아, 애질런트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업계에서 오래 근무하다 2012년 삼성에 영입된 손 사장은 삼성그룹의 ‘혁신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엔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계열사 CEO에게 “인수합병(M&A)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손 사장은 26일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개막한 보아오포럼에도 이 부회장과 동행할 정도로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이 아닌 경영지원 쪽 경영진도 최근 해외 방문이 부쩍 잦아졌다. 삼성전자 김상균 법무팀장(사장),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 등은 이번 주 유럽 법인을 돌며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최근엔 삼성 미래전략실 팀장급 전원이 중국과 베트남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경영지원 조직이 현장 위에 군림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장을 직접 방문해 어떻게 실질적인 지원을 할지 고민해 보라는 취지로 해외 방문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