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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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구 기자 ] “법안 이름이 길어서 편하게 ‘김영란법’으로 부르시는 것 같은데, 앞으로는 ‘부패 방지법’ 정도로 써주셨으면 합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은 10일 오전 서강대 다산관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금지법’(김영란법) 관련 기자회견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며 이 같이 당부했다.

김 전 위원장은 법안이 자신의 이름을 따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김영란법이란 명칭을) 못 쓰게 할 수는 없지만 이름이 길다면 ‘부패 방지법’ 정도로 줄여 사용했으면 한다. 그래야 법의 내용이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그는 “기꺼이 제 이름 대신 써줬으면 하는 마음”이라면서 웃었다.

김 전 위원장은 사회적 논란이 된 이 법안과 관련, 이날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언론 인터뷰 등 공개적 언급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초 입안자인 자신이 자주 발언하면 자칫 여론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금은 반쪽 법안만 통과된 상태이므로 ‘이해충돌 방지’ 부분까지 포함된 전체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공론의 장에서 많은 토론이 진행되길 바란다.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이 건강한 방향으로 함께 해줄 것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하겠다고 했다. 그는 “국회·정부 차원의 관련 강연이나 콘퍼런스, 국회의원의 의견 요청 같은 각종 자문과 협의에 응하는 등의 노력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법안 당사자 격인 김 전 위원장이 직접 견해를 밝히기로 하면서 이날 기자회견 장소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법안 국회 통과 다음날인 지난 4일 국제회의 일정 참석차 해외로 출국했다가 돌아온 김 전 위원장은 “주말 동안 통과된 법안을 입수, 검토해 비로소 답변을 드리는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법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해 나갔다.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입장한 김 전 위원장은 “제가 대법관 됐을 때보다 기자 분들이 더 많이 왔다”면서 웃어보였다. 이어 “그동안 본의 아니게 연락에 답도 못해드렸다. 어제 문자메시지만 50통 넘게 보냈으니 그동안 서운했던 마음 풀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회견장에 들어온 한 중년 여성이 갑자기 준비해 온 플랭카드를 펼치며 “부정부패, 부조리의 온상지 국민권익위 폐지해 달라”고 외치자 “이따가 기자 분들께서 저분 말씀 듣고 상세히 취재해 달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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