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 후아유, 스파오, 뉴발란스…. 이랜드그룹 각 사업부의 ‘현장형 인재’ 6명이 지난달 27일 서울 신촌의 신발편집숍 ‘폴더’에 모였다. 왼쪽부터 최지욱, 김마을, 유승화, 박유진, 박천수, 양시웅 씨.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폴더, 후아유, 스파오, 뉴발란스…. 이랜드그룹 각 사업부의 ‘현장형 인재’ 6명이 지난달 27일 서울 신촌의 신발편집숍 ‘폴더’에 모였다. 왼쪽부터 최지욱, 김마을, 유승화, 박유진, 박천수, 양시웅 씨.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30대 경영자를 꿈꾸는 인재’ ‘비즈니스 소양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 ‘글로벌 전문가의 비전을 가진 인재’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인재’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적인 인재’….

[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이랜드는 '耳랜드'…현장 목소리 단번에 알아챌 인재 뽑는다
이랜드가 채용 때 공지하는 ‘뽑고 싶은 인재상’이다. 김마을 주임(30)은 “이랜드의 비전과 맞는지를 충분히 고민한 뒤 입사지원서를 쓸 것”을 취업준비생들에게 당부했다. 양시웅 대리(34)도 “회사의 비전과 지원자의 비전이 일치할 때 재미있게 일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입사지원서 작성 전 충분한 ‘자기 정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랜드가 상반기 신입·인턴 400명을 뽑는다. 2일부터 원서를 받고 있다. 현장 관리직은 올 상반기에만 1500명을 수시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랜드의 인재경영 목표는 ‘탁월한 능력과 성숙한 인격을 갖춘 영향력 있는 리더’ 배출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공채 때 직무적성검사 ‘ESAT’를 개발, 적용했다. 안은정 인사팀장은 “ESAT를 통해 지원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면서 직무별로 적합한 인원을 선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에 이랜드는 최대 5000명에게 ESAT 응시 기회를 준다는 방침이다. 이번 채용에서는 기존의 1박2일 합숙면접 이외 현장경험 면접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본격적인 채용을 앞두고 입사 3~5년차 현장 이랜드맨 6인과 ‘잡토크’를 했다. 이 자리에는 이랜드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 5명이 함께했다. 인터뷰는 이랜드의 이탈리안 외식 브랜드 ‘리미니’ 이대점에서 진행했다. 안 팀장은 “상반기 공채 합격자들은 ‘1507(2015년 7월)’ 입사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랜드는 현재 패션, 유통, 외식 등 240개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NC백화점 플로어 매니저 “혼자 매장 42곳 관리”

‘1207’ 입사자라고 밝힌 김 주임은 “입사 후 줄곧 신발편집숍 ‘폴더’ 상품운영팀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 30개 매장에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제때 공급하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권별 브랜드 수요와 판매 속도가 다르기에 최대 매출이 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합니다.”

NC백화점 불광점에서 아동담당 플로어 매니저로 일하는 양 대리는 “A급 제품과 서비스를 절반값에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이랜드의 경영이념”이라고 소개했다. 42개의 매장을 관리하는 그는 “플로어 매니저는 각 매장의 판매사원, 상품, 매장 환경에도 세심히 신경써야 하기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양 대리는 이 밖에 매장의 매출 추이, 트렌드 분석도 세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C백화점 야탑점의 유승화 주임(27)도 “트렌드 상품 확보는 기본이고 브랜드 행사 보조, 잠재 고객에게 DM 발송까지 플로어 매니저는 ‘작은 사장’”이라고 맞장구쳤다.

외식 브랜드 매니저, 내 관심은 오로지 ‘고객의 젓가락’

외식본부 전략기획실에서 브랜드 경영기획 업무를 하는 박천수 주임(29)은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서 외식경영학을 전공했다. 박 주임은 “입사 후 이랜드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에서 홀, 주방 일을 통해 현장도 익혔다”고 말했다. 그는 “외식 브랜드 매니저의 주업무는 ‘수익과 QSC(품질·서비스·청결) 관리’”라며 “요즘도 매장을 가면 ‘고객의 젓가락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꼭 본다”고 전했다. 이랜드의 카페 브랜드 ‘루고’와 ‘델라보보’의 브랜드 기획자 박유진 주임(26)도 식품영양학을 공부했다. 그는 “브랜드 기획자는 수익 관리 능력도 필요하지만 ‘고객의 소리를 듣는 귀’를 항상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전략실 빅데이터 분석팀에서 일하는 최지욱 대리(34)는 “각 브랜드와 고객, 상품을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 진단하는 일을 한다”며 “올바른 분석을 하려면 각 사업부에 대한 재무, 마케팅, 브랜드 지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 2~3시간 기차 타고 중국 매장 순회 추억도

이랜드는 입사 후 교육도 실전처럼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리는 입사 2개월 때 중국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경험을 들려줬다. “중국 상하이, 난징, 항저우의 10여개 매장을 도는 강행군을 했어요. 매일 2~3시간씩 기차를 타고 가야 했지만 그때 쌓은 현장 경험이 지금 플로어 매니저 일을 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김 주임은 부산 광복매장 개업 때 ‘매출 기네스’를 달성했다. 비결을 물으니 “모든 브랜드의 상권 및 경쟁사를 분석한 상품 설계와 디스플레이를 했다”며 “고객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배운 시기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 대리도 신입 시절 인사팀에서 일한 추억을 꺼냈다. “전국 30개 대학 학생 4500여명을 타깃으로 인사와 채용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뒤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는데 한 달간 몸은 피곤했지만 인사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랜드 입사 지원자를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유 주임은 “책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깊이를 키우고, 운동을 통해 어떤 일이든 감당할 체력을 키웠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 대리는 “이랜드는 스스로 일을 찾아 하는 ‘자기주도적인 사람’이 적합하다”며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본 뒤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