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K옥션 봄 철 경매에 추정가 1500만~5000만원으로 출품된 김홍도의 ‘유하백로도’.
오는 10일 K옥션 봄 철 경매에 추정가 1500만~5000만원으로 출품된 김홍도의 ‘유하백로도’.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북과 무쇠 불상, 조선 정조가 당시 정치·경제 상황을 적은 어찰첩, 독특한 디자인의 문화재급 조선백자, 겸재 정선의 산수화, 1624년 조선 인조 때 발생한 이괄의 난을 평정한 김기종의 교서 등 희귀한 고미술품이 대거 경매에 나온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9일)을 비롯해 K옥션(10일), 아이옥션(11일) 등이 잇달아 실시하는 봄철 메이저 경매에는 도자기, 고서화, 민속품 등 모두 300여점이 경매에 부쳐진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고미술 시장의 불황으로 가격이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안목에 따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어 경매에 도전해볼 만하다. 서울옥션과 K옥션은 전체 경매 출품작의 30~50%, 아이옥션은 90%를 고미술품으로 구성했다.

◆6억원대 불교 문화재 눈길

아이옥션 경매에 나온 15억원대 고려불상.
아이옥션 경매에 나온 15억원대 고려불상.
K옥션은 오는 3월10일 경매에 조선 후기 불교 의식에 사용된 법고(法鼓·큰북)와 법고대(북 받침대)를 전략 상품으로 내놓았다. 좌대 위에 연잎 받침이 있는 법고대와 법고가 한 조(組)를 이룬 이 작품의 추정가는 6억원. 형태와 채색이 전혀 훼손되지 않아 사료적 가치가 크다는 게 K옥션 측 설명이다.

조선 22대 국왕 정조(재위 1776~1800)의 노회(老獪)한 정국 운영술이 고스란히 드러난 ‘정조어찰첩’도 경매한다. ‘정조선황제어필(正祖宣皇帝御筆)’이라는 제목의 편지 22통으로 추정가는 9000만~2억원이다. 편지에는 수신인이 없으나 첫 장에 ‘신 김병시 보장(臣金炳始寶藏)’이라 적혀 있어 조선 말기의 문신 김병시(1832~1898)가 소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괄의 난을 평정하는 데 공을 세운 김기종에게 발급된 공신 교서(7000만~1억5000만원), 단원 김홍도의 ‘유하백로도(柳下白鷺圖·1500만~5000만원), 표암 강세황의 ‘산수도’(2000만~3500만원)도 비교적 싼 가격에 나왔다. 출품작은 내달 9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경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02)3479-8889

아이옥션은 1000만~15억원대 중고가 위주의 고미술품으로 고객 유치에 나선다. 다음달 11일 실시하는 경매에는 불교 문화재를 비롯해 도자기 80점, 민속품 43점, 고서화 63점 등 186점을 출품한다. 고려시대 철 불상이 추정가 15억원에 경매를 시작하고, 조선시대 문방사우 중 필통(9000만원), 영친왕이 소장한 일본 군도(6500만원), 고종황제 글씨(800만원) 등이 눈길을 끈다. 프리뷰는 내달 3~10일 서울 익선동 경매장. (02)733-6430

서울옥션은 내달 9일 오후 4시 조선 후기에 제작된 도자기 ‘백자청화산수문육각주자’를 비롯해 소당 이재관의 ‘월계탁금’(2억~3억원), 정선의 ‘중대폭’(5000만~1억5000만원), 김홍도의 ‘노매함춘’(4500만~1억원) 등 고미술품 88여점을 경매에 부친다. 출품작은 서울옥션 강남점(3월1일까지), 평창동 본사 서울옥션스페이스(3월3~8일)에서 미리 볼 수 있다. (02)395-0330

◆고미술 경매 최고가 34억원

고미술 시장이 최악 불황인데도 최근 경매 시장에선 고가의 작품이 줄줄이 낙찰되고 있다. 2012년에는 1000원짜리 지폐 그림인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수록된 보물 제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이 K옥션 경매에서 34억원에 팔려 국내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작년에는 조선시대 ‘백자청화육각향로’(15억235만원), 서울시 유형문화재 97호 ‘오공신회맹축’(3억4795만원), 허주 이징의 그림 ‘백응박압도’(3억1000만원) 등이 고가에 팔려 눈길을 끌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면 경기가 좋지 않아도 시장에서 팔린다는 얘기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