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가 말하는 '미래 어두운 보험산업'…"지금의 역마진 이어지면 4~5년 뒤 보험사 줄도산"
“왜 우리은행을 인수하려고 나섰냐고요? 보험업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입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보험산업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해 4~5년쯤 뒤에는 여러 보험회사가 도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신 회장은 “과거 고금리 시절 연 6~7%의 높은 금리를 보장하고 판매한 보험 운용수익률이 최근 3%대로 추락한 상황이라 교보생명도 매년 수백억원의 역마진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 말 연 4.4%이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1.9%대로 추락해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대로라면 암담한 미래가 뻔히 내다보이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부도를 맞았던 일본 보험업계의 전철을 따라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에서는 장기 저금리 탓에 1997~2001년 닛산생명 도쿄생명 등 7개 생명보험사가 줄도산했다.

지난해 보험사가 적지 않은 이익을 낸 데 대해서는 영업이 개선됐다기보다 일회성 수익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보험산업의 특성상 올해 영업 성과는 5~6년 뒤 나타난다”며 “실적 착시로 인해 타이밍을 놓치면 나중에 손을 쓸 수도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앞으로 2~3년 내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도 재무구조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좀처럼 인력 감축을 하지 않는 교보생명이 지난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답이 없다는 답답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배경으로도 절박감을 꼽았다. 신 회장은 “은행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를 밑도는 등 수익성이 바닥이지만 그래도 보험산업보다 전망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우리은행 입찰을 막판에 포기한 사연도 들려줬다. 그는 “기업 인수합병(M&A)을 잘못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진다”며 “처음부터 적정한 가격이라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었는데, 시장에 인수의지가 과장돼 전달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금융당국의 입찰 압박설에 대해서는 “직접 전달받은 바 없다”며 “다만 당국이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기사로 접한 뒤 좀 더 신중하게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우리은행 재입찰이 시행될 경우 적정 가격인지를 최우선 잣대로 삼아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보생명의 경영능력에 대한 외국인투자자(FI)들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금융당국이 새로운 매각안을 마련 중이라고 하니 지켜보고 있다”며 “여러 명의 주요 주주가 생겨 경영권을 행사하기 힘들어지는 구조라면 교보는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