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바로 이거야…미동에 그친 코스피 움직인 것은 油價
지난 4거래일 동안 지수 1950선 전후 3포인트 이내에 머물며 거의 움직이지 않던 코스피지수가 모처럼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한 달여 만에 배럴당 50달러를 회복했다는 소식에 외국인 투자자가 화끈하게 지갑을 연 덕이었다. 지난해 12월9일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하루 순매수액이 2000억원을 넘었다.

◆기름 냄새 맡고 돌아온 외국인

그래! 바로 이거야…미동에 그친 코스피 움직인 것은 油價
코스피지수는 4일 전날보다 0.55% 오른 1962.79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224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띄웠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귀환 이유로 유가 반등을 꼽았다. 유가 상승을 달러화 ‘나홀로 강세’가 끝나는 신호로 해석한 외국인이 신흥국 증시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달러화 강세가 둔화되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해 환차손을 볼 가능성이 줄게 된다.

실제 이날 유가와 달러화가치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지난 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가격은 전날보다 7.02% 급등한 배럴당 53달러5센트였다. 단기 저점이었던 지난달 28일 이후 4거래일 동안 누적 상승률이 19.34%에 달했다. 반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원30전 내린 1084원10 전에 마감했다.

작년 말부터 증시를 짓눌렀던 유가 급락 우려가 사그라지면서 앞으로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것이란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방향성을 논하긴 이르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며 “외국인 순매수액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연말·연초 이어졌던 매도 공세는 일단 멈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권시장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국제유가가 50달러대에서 서서히 상승하는 그림”이라며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상장사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리고, 외국인 자금의 증시 유입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화학주의 딜레마

이날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이 상승했지만 정작 유가 상승 수혜주인 정유·화학·조선주 중에선 조정받은 종목이 많았다. 유가 상승 기대감에 미리 오른 주가가 추가 상승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이 2.69% 하락했고 에쓰오일(-0.94%), 현대중공업(-1.65%), 대우조선해양(-1.26%) 등도 주가가 뒷걸음질쳤다. 유가 반등 기대에 강세로 장을 시작했지만 오후 들어 주가가 맥없이 꺾였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비싸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1월 말에 정유, 화학, 조선업종을 대거 편입하면서 주가가 일찍 움직인 탓에 ‘가격 매력’도 빨리 사라졌다고 해석했다. 정유, 화학, 조선업종 대형주들 주가는 이미 1월 저점 대비 10% 이상 올랐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유, 화학업종은 최근 반등폭을 감안하면 싸다고 말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유가가 더 오른다 해도 정유·화학주의 추가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유·화학 업체에 우호적인 환경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익 개선 속도는 업체마다 제각각”이라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