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연구는 출연硏 변화의 출발점…올 8개 연구단 선정"
정부 출연연구소들은 산업화 시대 핵심 기술을 개발하며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이 높아지면서 출연연의 역할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정부 산하 25개 출연연구소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설립됐다.

이상천 초대 이사장(사진)이 내놓은 타개책은 연구소 간 벽을 허무는 융합 연구다. 5일 대전에서 ‘출연연 과학기술 한마당’ 행사를 마련한 것도 달라진 목표와 역할을 연구자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 이사장은 “출연연이 창조경제 시대의 개척자로 거듭나려면 개별 연구소 울타리에 안주하는 연구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분야, 성과를 내긴 어렵지만 공공성이 큰 분야, 미래를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할 분야 등에서 출연연이 융합과 협력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지난해 지반침하(싱크홀) 해결과 새로운 대규모 화학공정 개발을 목표로 융합연구단 2개를 발족시켰다. 서로 소속이 다른 30~40여명의 연구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공통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연구 지원비도 연간 100억원이 넘는다.

이 이사장은 “숲속에 새로운 길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기존 연구방식을 바꿔 나갈 것”이라며 “올해도 8개의 융합연구단을 추가 선정하는 등 독일 프라운호퍼연구협회처럼 교류와 협력에 최적화된 구조를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청소년들이 우수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관도 마련했다. 자기부상열차, 스마트 원자로, 우주광학거울, 가상현실 스노보드 타기, 3차원(3D) 프린팅 등을 직접 시연해볼 수 있다. 이 이사장은 “청소년들이 과학자와 창업가의 꿈을 키우게 하는 것도 출연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