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 구청 중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구청이 내년에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증액분 1182억원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13일 밝혔다. 서울 구청들이 일제히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예산의 10~30%를 부담하는 각 구청들이 일제히 예산 편성을 보이콧하면서 내년에 무상복지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을 14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전체 회의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각 구청들은 지난 7월 65세 이상 노인에게 최대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도 확대 시행으로 인한 기초연금 증액분과 정부·국회가 약속한 0~2세 무상보육 국비 지원율(40%) 중 미이행분(5%)을 편성하지 않은 예산안을 해당 구의회에 제출키로 했다. 앞서 서울시와 각 구청은 무상보육 국비 지원율을 종전 20%에서 40%로 올려달라고 했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35%로 결정됐다.

서울 구청이 편성을 거부한 복지예산은 기초연금 증액분 1023억원과 무상보육 159억원 등 1182억원이다. 미편성 예산 규모 기준으로 노원구가 89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은평구(88억원) △강서구(77억원) △성북구(64억원) 등의 순이다. 새누리당 소속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협의회의 복지예산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았다.

강남구는 “이미 지난 6일에 기초연금 및 무상보육 예산을 전액 편성해 구의회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소속 구청장이 있는 서초구, 송파구, 중구, 중랑구 등 네 곳은 예산 편성을 거부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당을 떠나 복지예산 부담으로 도저히 예산 편성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구청들과 함께 관련 예산을 일부 미편성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결의문에서 “보편적 복지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가치임에 공감하지만 복지예산이 급증하면서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구비부담금을 반영하고 나면 사회기반시설 유지관리비조차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복지정책 확대가 지방재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에도 지방정부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재원 보전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것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정부에 기초연금 도입으로 발생한 기초연금 증액분을 전액 국비로 지원하고, 서울시에 대한 무상보육 국비 부담을 35%에서 40%로 높여줄 것을 촉구했다. 또 지방소비세 세율을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의 11%에서 16%로 상향 조정하고, 단계적으로 20%까지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협의회와 공식적인 협의를 한 적은 없다”며 “협의회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